기사입력시간 21.02.26 07:04최종 업데이트 21.02.2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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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2'는 따라가야 K-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를 탄생시키지 않을까?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2020년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한민국 제약바이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K-바이오'를 국내외에 알리며 신속하게 진단키트를 만들어 개발·수출하면서 급성장했다. K-바이오가 글로벌 제약 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도 K-바이오를 글로벌 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고민하게 됐다. 그러나 답은 바로 옆에 있는 것 같다. 'K-POP'이 이미 모범답안을 보여주었다. 아이돌 그룹이 선진시장에 하나 둘 진출하다가 이제는 'BTS'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탄소년단이 됐다.
 
신약개발이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해 K-POP을 벤치마킹 해야 한다는 생각은 10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필자의 세미나 자료 중에 소녀시대의 성공요인과 Biotech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2013년에 만든 슬라이드가 있다. 공통점은 둘 다 'What is next?' 라는 고민을 했다. 해답을 찾기 위해 'Target audience 분석'을 하고 성공하기 위해 '기본기의 강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근본적인 요소들도 갈 길을 짚어 주기엔 너무 막연한 생각이다. 

2년 전부터 대한민국에 트롯 붐을 일으켰던 미스트롯2 결승 1라운드 '작곡가 미션'을 오늘 새벽 끝냈다. 다음 목요일 결승 2라운드 ;나의 인생곡 미션'을 마지막으로 글로벌을 향한 트롯 여제(女帝) 000을 선출한다. K-바이오가 미스트롯2에서 무엇을 배우고 따라가야 하나?

미스트롯2를 매주 TV에서 시청하면서 배울 점이 확실하게 보였다. '진(眞)'의 영광을 얻기 위해 121명의 마스터 오디션에 참가한 후보로부터 마지막 7명의 결선 후보를 만드는 기본적인 포맷(format)부터 배워야 한다. 특별히 글로벌 트롯 여제를 탄생시키는 심사 과정은 K-바이오가 빠르게 접목 가능한 포맷이다. 진을 선택하기 위한 평가는 트롯 전문가인 마스터들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일반인들도 참여해 그들의 점수를 마스터들과 합산해 여제를 뽑는 방법이다. 이런 오픈 프라이머리 같은 공정성, 일반성을 지닌 포맷을 K-바이오가 배우고 따라간다면 그토록 원하는 대한민국발 '글로벌 제약사'를 탄생시키지 않을까?

K-바이오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지난 2월 18일 밤에 외국제약사 근무 경력을 가진 연구자들의 모임인 FEBPS가 줌 세미나를 열었다. 코로나 펜데믹 시대의 일상으로 변한 거리두기 2021년 시작 모임이다. 오랫동안 미국 제약사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말 대한민국 스타트업에서 연구개발하시기 위해 돌아오신 분의 강의가 준비됐다.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에 줌으로 모인 약 25명이 간단한 소개를 먼저 가졌다. 필자는 차례가 오자 '오늘이 무엇 하는 날인지 아십니까?'라고 물었다. 신약개발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모임인데 도 한 분만 빼고는 아무도 몰랐다. 오늘은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선출을 위해 5명 후보자들이 발표와 질의 응답을 가진 날이라고 답을 알려드렸다.

2021년부터 시작하는 정부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최소한 매년 정부 예산만 1500억원을 집행할 수 있는 자리다. 그것도 매칭 펀드가 포함되면 훨씬 큰 돈이 집행되는 그런 사업이다. 아마도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마지막 정부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큰 매우 중요한 직책이다. 그런데 신약개발 관련자들이 10년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 시절보다 많아지고 에코시스템도 더 커졌는데 관심들이 약해졌다. 왜 그런가?

한마디로 일을 진행하는 담당자들의 홍보의 문제, 실행의 문제다.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은 2019년 5월 22일,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의 후속 조치로 의약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로서의 잠재력을 갖춘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상됐다. 그 발표 직후에 문 대통령과 관련 부처 장관들은 '오송혁신신약살롱'을 방문해 신약개발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떤 자발적인 모임을 갖는지 현장 방문을 했다. 필자도 그 현장에 있었다. 그날 참석자들을 대표해 8분간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을 발표한 필자는 문 대통령의 오송혁신신약살롱 현장 방문 행사로 치러진 것이 판타지 연출극을 펼친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신약개발사업에 관심이 많은 지도자인 것을 강하게 느꼈다.

그러기에 정확히 두 달 후 7월 22일에 열린 공청회에서 새로운 범부처 신약개발 사업의 윤곽이 나왔다. 10년간 3조 5000억원을 투입해 유효물질 발굴부터 임상2상까지 신약개발의 전주기를 지원하는 국가 신약 R&D 통합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에 진행된 신약개발 사업들은 주관하는 부처가 각각 다르고 지원분야와 개발단계가 나눠져 있어 신약개발 단계별 진행과정에 단절이 발생하고 부처 간 연계가 부족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번에 발표한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3개 부처가 합동으로 기획, 국가 신약 R&D 통합 관리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사업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했다.

문제는 그 공청회 이후다. 필자는 작년 12월 25일 '세번 떨어지는 남자'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2020년에 끝난 KDDF사업에 대한 마음의 정리였다. 공교롭게도 사흘 후 28일에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공모 공고가 떴다. 그러나 이미 마음을 정리했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4명이 지원해 한달 후 재공고가 떴다. 왜 이럴까? 지난 2019년 7월의 공청회 이후 아무 소식 없이 일년 반이 지나갔다. 코로나 팬데믹을 핑계로 댈 수는 없다. 이미 2020년 초에 신속하게 진단키트를 만들어 K-바이오를 국내외에 알리며 급성장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유전자를 분명히 지닌 K-바이오다.

무엇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중요한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을 선출하는데 발표가 고작 15분이란다. 질의응답도 길어서 30분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단장후보자가 서류를 제출했다고 하지만 '15분 세미나'로 정한 것은 요식행위로 들린다. 이미 밀실 정치가 끝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지난 15일 월요일 시리즈A를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스타트업인 '이노큐어 테라퓨틱스'도 연구원 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40분 세미나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CEO와는 세미나 전에 또 후에 개인 면접을 가졌다. 이어 15분간 2명의 임원과 개인 면접을 진행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같이 일할 연구원의 자질, 능력, 성향, 가능성을 검토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후보자가 떠난 후에 선발할 것인지 아닌지 회사 임원들이 모여 토론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을 그렇게 이번처럼 조용히 선출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묻고 싶다. 11년 전 KDDF 단장을 선출할 때에는 바이오/제약업계에서 관심이 많았다. 선출 공고 한달 전쯤 인가 공청회를 개최했기에 출범 후 바이오/제약업계에서 사업단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 관심이 많고 참여가 많았다. 이제 앞으로 대한민국 신약개발 2020년대를 이끌어갈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을 선출하는데 업계에서 왜 이렇게 관심이 없는가? 정부 관계자는 문제가 무엇이었고 왜 더 '큰 국가사업'에 관심이 없는지 알아내야 한다.

미스트롯2에서 배우고 따라가야 할 것은 먼저 붐을 일으키는 것이다. 중요한 '10년 사업'을 담당자가 공고 하나 던진다고 할 일 끝난 것은 아니다. 그 흔한 SNS를 통해 제약바이오 업계에 관여하는 분들에게 직접적으로 선전할 수는 없을까? 특히 페이스북의 '혁신신약개발살롱' 그룹에는 모든 분야의 800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14명의 준결승후보와 마지막 7명의 결선 후보를 선출하는 심사 과정은 트롯 전문가인 마스터들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줌으로 참여해 그들의 점수를 마스터들과 합산하는 방법이다. 일반인들의 점수 비중이 크지는 않아도 마스터들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음을 시청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투자자를 포함해 업계 일반 연구원들과 종사자에게도 줌을 통해 기회를 주면 국가신약개발사업단에 대한 참여의 열망이 더 커지지 않을까?

대한민국 신약개발이 이 사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해서 대한민국 발 글로벌 제약사를 꼭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단장에 선출되든지 그분의 어깨가 당연히 무겁겠지만 그래도 과정이 끝나고 되돌아볼 때 일생 일대에 한번 기회가 오는 의미 있는 사업 단장을 수행했다는 행복감을 느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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