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7.17 07:01최종 업데이트 23.07.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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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 위기감 '최고조'…"올해만 전공의 10명 수련 포기, 전문의 10%가 개원"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 응급의학과 역할 부정에 반발…응급실 과밀화 해법 등 제시

2023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가 7월 16일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구 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경찰 수사를 받으며 기소될 위기에 처하면서 응급의학과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현재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올해만 전공의 10명이 수련을 포기했고, 응급의학 전문의 2~30명이 개업을 하거나 타 직역으로 이탈했다. 하지만 정부의 해결책은 현장과 괴리가 너무 심하다. 응급의료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응급의학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이미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감소하는 추세에서 응급실 관련 사건 사고가 늘어나면서 소아과가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지원율이 4년 만에 100%에서 1/4로 떨어진 것처럼, 응급의학과도 급속도로 지원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응급실 이송 지연, 배후 진료 인프라 부족에서 기인…책임은 ‘응급의학의사’에게

이형민 회장은 16일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다시, 응급의학과–Again, EM’을 주제로 열린 2023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 지난 30년 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응급환자가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해 일명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 책임을 응급의료진에게 묻는 행태로 인해 응급의료진들의 대량 이탈과 지원율 하락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회는 현재 문제 시 되는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송지연과 환자 거부는 응급의학 전문의가 부족하거나 응급실 병상 부족이 아닌 배후 진료나 중환자실, 수술 인력 부재 등 최종 치료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훈 정책이사는 “이전에도 응급실에서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경우 이송 지연과 연락, 병원 선정의 부담을 응급실이 져야 하는 문제를 갖고 있었다. 여기에 혼자 근무하는 응급실이 전체 응급실의 50%를 넘는 상황에서 정상적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해진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가 터졌고, 이후 119의 사전 수용 여부 확인이 일반화되면서 덮어뒀던 문제들이 심화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이사는 “119구급대가 사전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물을 때 응급실은 이전에 경험적으로 문제가 됐던 입원, 수술 등 최종 치료가 어려워 보이는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고지하기 시작했다. 또 명백한 잘못이 없음에도 민사, 형사소송 등 법적 책임을 지는 판결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중증이나 사망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에 대한 소극적 진료와 방어 진료 기조가 확산됐다”고 전했다. 

급기야는 응급의학의사의 역할 부정…전공의 수련 포기, 전문의 응급실 이탈 가속화

문제는 응급실이 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장려할 대책도 없고, 응급실의 환자 수용이 법적으로 보장도 되지 않는데 마치 응급의학과가 환자를 보기 싫어서 환자를 받지 않는다는 식의 언론보도와, 환자를 받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정책당국의 대처방식은 응급의료진의 좌절과 분노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석재 홍보이사는 “이번 사건 이후 모 교수가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없으면 타과 전문의가 응급실을 보면 된다고 말했는데,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인해 응급의료 질이 올라간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라며 “응급의학과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면 1994년도 삼풍백화점 사고처럼 트라아지 없이 환자가 밀려드는 대혼돈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며 이는 국민 안전과 건강에 큰 위해가 된다”고  응급의학과의 역할을 무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의사회는 이처럼 응급의학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정책과 사회 분위기, 거기에 응급의학의사의 역할을 부정하는 듯한 분위기로 이미 많은 전공의들이 수련을 포기하고, 힘겹게 현장을 버티던 전문의들도 좌절과 번아웃으로 응급의료 현장을 이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사회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개원비율을 약 10% 이상으로 집계하고 있었다. 이날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서도 개원 심포지엄이 마련돼 의사회 회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형민 회장은 “캐나다, 호주 등 해외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없으면 응급실 문을 닫는다. 응급의학과가 없으면 응급환자는 죽는다. 응급의학의사는 응급환자를 빠르게 진단해 무슨 과에 보낼지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응급실의 결정권자다. 내과와 외과 질환을 동시에 가진 환자를 내과 전문의가 볼 수 없다”며 “응급의학과 의사의 역할을 인정하고 응급의학과를 지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증환자 분산 위한 119 전면 유료화, 경증환자 담당할 의원 응급실 ‘급성기클리닉’ 제안

이런 상황에서 응급의학의사회는 모든 문제의 책임과 의무를 현장 응급실과 의료진에게 넘기려는 현 정부의 태도에 심각한 유감을 표하고 6가지 사항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응급상황의 명백한 과실이 없는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을 확대하고, 응급의료 사고 책임보험을 도입할 것 ▲119 전면 유료화로 경증환자 이송을 즉각 중단할 것 ▲주취난동자를 위한 응급실 진료 거부 근거 규정 마련 및 응급실 폭력 가해자의 응급실 이용을 제한할 것 ▲통제불능 주취자 응급실 이송 법안 즉각 폐기 ▲경증환자 분산을 위한 일차의원, 급성기클리닉(UCC, Urgent Care Clinic)에 투자할 것 ▲부적절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 등을 주장했다.

특히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 해결로 꼽히는 경증환자 분산 방법으로 새로운 형태의 의원 응급실인 급성기 클리닉, UCC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형민 회장은 “비록 경증환자라고 하더라도 항암치료 중인 환자라면 그 병원 응급실에 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심각하지 않은 단순 교통사고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 경증환자 중에서 줄일 수 있는 환자군이 어떤 환자인지 먼저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가장 먼저 줄일 수 있는 경증환자로 본인이 경증임을 알지만 갈 곳이 없어 방문하는 환자군을 예로 들었다. 이때 바로 의원 응급실인 UCC가 경증환자군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경증환자의 119구급대를 이용한 응급실 방문을 마기 위해 119 이용을 유료화하는 방안도 강조했다.

최석재 홍보이사는 “119구급차 이용료가 무료다보니 도덕적 해이가 자주 일어난다.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 외래를 가거나, 병원 밖으로 가는 일도 있고 구급대원이 봐도 경증이지만 환자를 거부할 수 없어 가까운 큰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일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19구급대가 환자와 접촉했을 때 적재적소 응급실에 환자를 데려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이는 무료 시스템에서는 해결 불가하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후 경증이면 돈을 지불하도록 하고, 중증이면 경감하거나 무료로 하는 식의 방식으로 경증환자 이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정책이사도 “지역 119구급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경증환자의 구급차 이용이 큰 문제다. 다행히 경증환자를 돌볼 UCC가 있는 지역은 119구급대가 지역의 UCC로 경증환자를 분산시킬 수 있어 대학병원 응급실의 과밀화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학과의 특성화된 전문성에 대한 존중과 인정을 바탕으로 개개인이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을 때만이 진정으로 응급환자를 위한 양질의 응급의료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응급의료진의 대량이탈과 지원율 하락이 심화될 경우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는 멀지 않았으며 한 번 망가진 시스템을 고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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