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11.04 11:24

홍남기 사의에 울컥한 관가…소신행정 막은 당정갈등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장세희 기자]"제가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진 3일 오후부터 세종 관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시기와 방법 모두 예상을 벗어난 사직서 제출에 모두 충격을 받았다. 다만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선 대체로 '올 것이 왔다'라는 반응이었다. 일부 직원들은 눈물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할 말이 많지만 말을 아끼겠다"고 입을 닫았다.
자신의 거취가 논란이 되자 홍 부총리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서 부총리로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제가 진심을 담아서 (전날) 사의 표명을 한 것인데 (야당이) 정치쇼라고 얘기한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울컥한 세종 관가 "올 것이 왔다"=홍 부총리가 사표를 제출한 직접적인 원인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되는 대주주 요건을 둘러싼 당정 간 갈등이지만 그동안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사기가 꺾인 정부 내 분위기를 추스르고 향후 당정 갈등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의도된 충격요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청와대와의 갈등설 끝에 물러난 김동연 전 부총리의 후임으로 2018년 11월 발탁됐다. 김 전 부총리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사사건건 엇박자를 보였다. 당시 청와대가 홍 부총리를 낙점한 주요 배경으로 '부처 간 업무 조율 능력'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홍 부총리는 취임 후 '패싱' 논란에도 청와대, 여당과의 정책 공조를 강조하면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역대 두 번째 최장수 경제부총리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홍 부총리는 정책 현안마다 당ㆍ청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굵직한 이슈에서 나라 곳간을 내줬고, 재산세 감면과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 등 세제 이슈에서도 소신을 관철하지 못했다. 홍 부총리는 수차례 주요 정책 결정에서 당에 밀리고 치이면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라는 심정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소신 있는 행동"이라는 의견과 "정치적 행보"라는 반응이 엇갈린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심하게 말하면 대통령 참모 역할이 아니라 기성 정치인의 정치적 행동과 담론으로 해석될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형식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저한테는 정치라는 단어가 접목될 수 없다"면서 "갑론을박이 있다가 현행 유지가 된 것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 텐데 제가 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제가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언급했다.
야당에서는 홍 부총리의 소신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시기와 방법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부총리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추 의원은 "부총리가 견해를 달리해서 사의를 표명하라더도 (정기)국회는 마치고 대외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상임위원회도 그렇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그렇고 이제 떠날 사람이라고 하면 그분을 상대로 진지한 문답이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신 행정 펼칠 수 있는 분위기 조성해야= 전문가들은 전문성을 갖춘 관료가 소신을 펼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조세 정책은 이해당사자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적인 지식과 중립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속성이 강한 정부가 경제 정책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당은 구성원이 바뀌기도 하지만 정부는 부총리가 바뀌더라도 그 조직이 남기 때문에 연속성과 책임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경제 정책이 변하면 시장에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전문성 있는 관료들의 의견을 반영해 실제로 정책이 효과가 나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청와대는 홍 부총리의 사표를 즉각 반려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거듭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실제 퇴임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 발언 직후 "홍 부총리가 오늘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으나, 대통령은 바로 반려 후 재신임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답변에서 "국회에 오느라 (대통령의 반려) 소식을 듣지 못했다. 후임자가 올 때까지 맡은 바 일을 다하겠다"며 사퇴 의지를 재확인했다.




세종 =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