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10.14 11:09

"모래 바꾸고 침식 막아라"…삼척화력발전소 건설 차질 불가피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문채석 기자] 총사업비 5조원이 투입되는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발전소 항만시설 건설 과정에서 "백사장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유로 환경부가 결국 공사중지 통보를 내렸기 때문이다. 해변침식을 막을 시설을 짓기 전까진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도록 했다. 2024년 준공 예정인 삼척화력발전소는 발전용량 2100㎿(1050㎿ 2기)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14일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환경부는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방파제 등 해상공사 중지 통보를 내렸다. 삼척화력발전소는 민간 석탄발전 사업으로, 사업승인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명령에 따른다. 산업부는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조만간 정식으로 사업자인 삼척블루파워(포스코에너지 자회사)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2018년부터 진행됐던 해상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은 모래가 파도에 쓸려나가는 해변침식 문제 때문이다. 강원 삼척 맹방해변 앞바다에서는 석탄 하역부두를 포함한 항만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데, 공사 이후 조류가 바뀌어 해안침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난 7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이에 원주지방환경청이 신속히 움직였다. 해안침식을 막을 저감시설 설치를 완료하기 전까진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맹방해변은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7차례나 해안침식 D등급을 받을 만큼 이미 심각한 상태였다는 견해도 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에 환경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맹방해변 인근 발전소 건설로 해안가 모래들이 쓸려나가 침식되며 해안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질의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쓸려나간 모래를 대체하기 위해 공사 과정에서 해변가에 쏟아부은 대규모 준설토에도 '불량' 낙인이 찍히면서 전량 회수·교체해야 할 지경에 처했다. 기존 맹방해변에 있던 모래와 비슷한 크기의 입자와 색깔의 모래로 바꾸라는 것이다. 삼척화력발전소는 건설 초기부터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업이 지연됐고, 현재 해상공사 공정률은 약 7.5%이다. 2024년 4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로 발전소 건설과 가동이 지체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삼척화력 1, 2호기는 민간업체가 주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자 의견이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ㆍ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발전설비 확보에 대한 산업부 의지가 약해 보인다"며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 설비 확충 계획이 뒤틀어져 버렸고, 의지를 갖고 끌고 나갈 능력도 없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올해 말에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된 이후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탈원전ㆍ탈석탄 정책과 맞물려 최악의 경우 발전소 건설 자체가 중단될 여지도 있다. 환경단체는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기후위기 대응 기조 속에서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산업부 국감에서 "삼척화력발전소 온실가스를 상쇄하기 위해선 연간 5640억원, 가동기간 25년 기준 총 14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며 "매몰비용은 2조원으로 추산되지만 사회적 비용은 7배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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