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10.14 14:52

[단독]전세난 시달리고 잔금 못 받고…임대차3法에 난감해진 홍남기(종합)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장세희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주택자 논란을 피하려 매도했던 경기도 의왕 아파트가 기존 세입자의 전세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거래 불발 위기에 처했다. 자신이 결정 과정을 총괄한 정책의 여파로 앞서 서울 마포구 전셋집을 비워줘야하는 상황에 놓인 데 이어 주택 처분에도 발이 묶이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허술한 관련 제도 탓에 혼란이 커진 만큼 추가적인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지난 8월 초 9억2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한 홍 부총리 소유의 의왕 소재 D아파트(전용 97.1㎡)는 잔금 납부가 미뤄지며 2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등기이전을 마치지 못했다. 계약 당시 임차계약을 종료하고 이사하기로 했던 기존 세입자가 한 달여만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주장, 지속 거주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 세입자는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계획했다가 전셋값 급등 영향으로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계약을 중개한 인근 A공인 대표는 "세입자가 결정을 바꾸면서 전입이 어려워진 매수인이 주택담보대출 문제로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율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선 6ㆍ17 부동산대책에서 의왕을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 해당 지역 소재 아파트를 매입하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내에 소재지로 전입토록 한 바 있다. 이번 매매 계약에서는 세입자의 거주 의사로 전입이 불가능해진 매수자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마포집도 빼야하는데…난감해진 부총리= 의왕 아파트와 세종시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해 다주택자 논란이 일었던 홍 부총리는 정책 책임자로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책에 힘을 싣기 위해 의왕 아파트 처분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자신이 총괄한 정책의 나비효과로 매도거래를 비롯한 거주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 부총리는 현재 거주중인 서울 마포구의 전셋집 역시 임대차3법의 여파로 비워줘야 하는 처지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내년 1월 만기인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으나, 가을 이사 수요가 몰리며 아직 전셋집을 찾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 됐지만, 홍 부총리는 최근 전세시장에서 '주거안정'이 확대되고 있다는 대외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는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기존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정부 정책을 호평했다. 전세가격 급등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규로 전세를 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전세가격 상승요인 등에 대해 관계부처간 면밀히 점검ㆍ논의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시장에서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임대차3법이 거래 혼란을 앞으로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홍 부총리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매매계약 과정에서 세입자의 결정에 따라 매수인의 자금조달이나 이사 계획이 틀어지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면서, 집주인이 실제 거주중인 매물을 중심으로 수천만원대의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에는 같은 단지 내에서도 동, 향, 층에 따라 수요과 가격이 갈렸다면 현재는 이보다는 집주인 실거주 여부에 프리미엄이 붙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안정적인 거래와 돌발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수천만원의 웃돈을 주더라도 세입자가 없는 집이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인간 거래 간섭 부작용… 새 매수인 권리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 임대차3법 시행 이후 홍 부총리의 사례와 비슷한 갈등이 곳곳에서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실거주를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지난달 18일 발의한 바 있다. 실거주를 위해 주택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등기를 마치지 않았다면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점을 보완한 것이다.
현장에서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은 앞으로 더욱 거래가 힘들어 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입자 갱신 권리 행사를 거부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지만, 야당의 의견이라 힘이 실리기 힘들 것"이라면서 "세입자가 살고있는 매물의 거래는 진행하는데에 애로가 많다"고 토로했다. 특히 가을 이사철 시기와 맞물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이사를 가려던 세입자가 부득이하게 결정을 번복하게 되는 상황도 적지 않다. 실제로 부동산스터디 카페에는 세입자가 매매를 인지하고 이사를 하려고 했지만, 마땅한 집이 없어 계약갱신청구권을 요구한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인간 거래에 법과 제도가 무리하게 끼어들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야기된 부정적 영향이 훨씬 더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충분한 검토와 시범단계 없이 무리하게 추진된 탓에 앞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불편과 손해,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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