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10.08 16:49

"벼랑 끝 설 곳 없는데" 코로나 2차 대출도 좌절된 소상공인의 눈물(종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21일 경기 고양가구단지에 폐업 정리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은행 6곳 중 저신용자를 위해 서류를 받아준 곳은 단 한 곳 뿐, 그나마 서류 접수는 해보겠다는 답이었습니다. 정부에서 소상공인을 살려주겠다고 내놓은 정책이라 이를 믿고 밀려있던 국세, 지방세도 여기저기 몇 푼씩 빌려 완납하고 서류를 준비해 갔던 건데 허무함을 넘어 죽고 싶었습니다."
최근 '벼랑 끝 설 곳 없는 자영업자를 두 번 죽인 코로나 2차 대출'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낮은 한도와 높은 금리로 실효성 논란을 일으켰던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개편 일주일 만에 약 35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하며 활기를 띄고 있지만 저신용등급자에 대한 외면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5~6등급의 중신용자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 후 5영업일 동안 3500억 대출…서류 접수도 안돼 '희망고문'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대출 한도를 기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높이고 중복수급을 허용하도록 개편한 2차 지원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 동안 실행된 대출 규모는 3515억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5영업일 만에 지난 4개월간 이뤄진 지원 실적(약 6700억원)의 절반 가량을 채운 것이다.
하루 평균 승인금액도 지난 5월19일~9월22일 74억2000만원에서 9월23~29일 703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특히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에는 하루에만 1593억8000억원이 지원됐다. 금리 수준도 지난 5월25일 기준 연 3.05~4.99%에서 지난달 21일 기준 2.46~4.99%로 낮아졌다고 금융위원회는 밝혔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제도 시행 초기보다 소상공인 자금애로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희망고문'이라는 냉량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저신용등급은 서류 접수조차 안되고 있다며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대출에 왜 각 은행마다 심사기준은 물론, 대출담당자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성토마저 쏟아진다.
소상공인 2차 지원은 신용보증기금이 대출의 95%를 보증하기 때문에 당초 신용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는 여전히 중신용자들을 포함해 대출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특례보증, 7등급 이하 지원 1.8% 불과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와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최근 5년간 특례보증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14조781억원(54만7093건)의 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중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지원된 금액은 3769억원(3만665건)으로 전체의 2.7%에 불과했다.
특히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지원 특례보증’의 경우 올해 7월까지 지원된 금액은 8조7394억원(31만9353건)으로, 이 중 최상위등급(1~3등급)에 6조2101억원(71.1%)이 지원돼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최하등급(7등급 이하)에 돌아간 몫은 1577억원(1만251건)으로 전체의 1.8%에 그쳤다.
5만4261건에 달하는 특례보증 신청은 거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절 사유로는‘자진철회’(4만1891건)을 제외하면 ‘한도초과’가 6551건으로 가장 많았고, ‘연체 등 불량정보 보유’도 3454건에 달했다.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지원하겠다던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사실상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지원금을 지급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1차 지원 받았는데 2차선 자격 미달…금리·한도 차이 둬서 모두 지원해야"한 소상공인은 "2차 대출을 신청했는데 개인 신용으로는 1등급이 나오지만 사업자 등급이 6등급이라서 보증료와 수수료를 포함하면 금리가 거의 5%에 이른다고 하더라"면서 "정말 급하지 않으면 취소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는 기대출이 1차 프로그램에서 2%대 금리로 지원 받은 것 하나 뿐인데 소득, 재력, 자산, 거래실적 모두 자격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청원을 올린 소상공인은 "막무가내로 지원금을 달라, 세금을 면제해달라, 임대료를 내달라는 정책은 꿈도 안 꾸지만 신용등급, 기대출, 은행거래실적, 부모 재산까지 보는 은행내부심사는 지원정책적 대출이 아닌 것 같다"면서 "신용불량자는 제외하고 금리나 한도 차이를 두는 방법을 써서라도 모든 소상공인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게 바꿔 주시길 간곡히 바란다"는 글로 끝을 맺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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