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임기 만료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례적으로 후임 인사에 대한 움직임이 전혀 없고 이 회장 본인 또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상태라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산은의 역할이 부각되는 만큼 연말까지 유임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사실상 무산으로 끝난 아시아나항공 매각 책임론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7년 9월11일 취임한 이 회장의 3년 임기가 오는 10일로 끝나지만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책은행인 산은 회장의 경우 국내 산업 구조조정 등 경제 전반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어 청와대의 최종 판단이 관건이다.
하지만 산은 회장의 경우 경쟁률이 높은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별다른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수장이 바뀔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산은 내부에서조차 이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운영 방향이 바뀌는 산은의 특성상 임기를 완주하는 것조차 어려운 자리로 여겨지는 탓이다. 실제 1954년 산은 설립 후 연임한 수장은 구용서 초대 총재와 김원기(15~17대)ㆍ이형구(25~26대) 총재 등 단 세 명뿐이다. 외환위기 이후엔 3년 임기를 채운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 평균 재임기간 역시 18개월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굵직한 과제들을 풀어온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금호타이어 매각과 한국GM 자금 지원,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문제를 풀어나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앞서 이 회장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두루 지냈고 재벌개혁을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교사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때는 대선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금융위원장 후보군으로 분류되기도 했다가 산은의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추진할 적임자로 발탁됐다.
코로나19에 연임에 힘 실리지만…아시아나항공 매각 노딜이 변수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산은의 업무 연속성 등이 연임 쪽으로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기간산업 구조조정 및 긴급자금 지원을 산은이 도맡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컨트롤타워를 교체하는 것이 업무 공백이나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연말까지 유임설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유임으로 가닥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해 초만 해도 정치권에서 몇몇 후보군이 거론됐지만 모두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후보군들이 어려운 시기와 맞물려 산적해 있는 현안을 이어받는 데 부담스러워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위기상황 속 막중한 업무에 부담을 느낀 탓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대 난제로 자리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건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만 해도 순탄하게 흘러갈 듯 보였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코로나19라는 복병으로 인해 상황이 완전히 틀어졌다. 산은 측은 이번 주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을 선언하고 곧바로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채권단 관리체제로 편입되는 아시아나항공은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오랫동안 '세금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노딜로 종결되면서 이 회장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연임을 고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사석에서도 연임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혀왔고 6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도 "현재도 충분히 피곤하다"며 연임설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만약 이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산은은 성주영 수석부행장 대행체제가 된다. 성 부행장은 새 산은 회장이 임명되기 전까지 산은을 이끌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관장 임기 만료 두어 달 전부터 하마평이 무성한 것과 달리 이번 산은 인사엔 이렇다 할 후보군조차 잡히지 않고 있어 이례적"이라면서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연임 혹은 당분간 유임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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