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자리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일시휴직자' 68만명이 고용시장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무급휴업ㆍ휴직 기간이 길어지고 기업이 한계에 다다르면 이들이 실업자로 전락,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4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제10차 고용위기대응반' 겸 '제2차 한국판뉴딜 안전망 강화반' 회의를 열고 12개 부처가 함께 고용전망과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사업장 휴업이 늘어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일자리 상황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장관은 "7월 일시휴직자는 68만명으로 지난 2년간 평균보다 28만명이나 많다"면서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일시휴직자가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급속히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장관은 "일자리 충격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일시휴직자 수는 지난 3월 160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가 7월에는 68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5월 이후 감염병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감소했지만, 2018~2019년 평균 40만명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늘어난 일시휴직자의 90% 이상이 서비스업에서 발생했다. 특히 대면업무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 교육, 예술ㆍ스포츠ㆍ여가 등에서 증가했다. 경제위기 때마다 일시휴직은 늘어났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도산이 대량해고로 이어지면서 일시휴직자보다는 실업자가 대거 양산됐으나, 이번에는 감염병에 따른 조업중단 등으로 실업보다는 일시휴직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휴직자 복귀가 늦춰져 결국 대규모 실업난이 발생할 수 있다. 휴직자들이 복귀 시점을 놓치면 기업의 신규채용도 축소ㆍ지연되면서 '도미노 현상'처럼 향후 고용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일시휴직에 따른 임금하락은 소득 악화,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침체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
일시휴직자 복귀가 지연될수록 통계상 취업자는 줄고 실업자는 늘어난다. 통계청 조사에서 일시휴직자는 취업자로 분류된다. 휴직 사유가 해소되면 즉시 복직이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무급휴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일 경우 실업자나 비경활인구로 전환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제10차 고용위기 대응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일시휴직자 실업대란에 대처할 수 있는 정부 여력도 바닥난 실정이다. 직원 감원 대신 유급휴업ㆍ휴직 조치를 시행하는 사업장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출은 매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 집행액은 4월에 600억원 수준에서 5월에는 2200억원, 6월 3400억원, 7월 3900억원을 기록했다. 일반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수준을 90%까지 상향하는 특례기간은 이달 말 종료된다.
고용부는 앞서 여행ㆍ관광업 등 8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해선 내년 3월 말까지 지정기간을 연장하고,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도 최대 180일에서 240일로 늘렸지만 숙박ㆍ음식업 등 타 업종의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날 무급휴업ㆍ휴직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의 지급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 시행령은 무급휴업ㆍ휴직을 90일 이상 할 경우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는데 개정안은 무급휴업ㆍ휴직을 30일 이상만 해도 지원금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당정이 논의 중인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일반업종에 대한 인건비 지원 방안이 담길지 주목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며 "고용시장 여건을 면밀히 점검해 필요한 경우 기존 고용지원 정책의 확대ㆍ보완방안 등을 신속히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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