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벌써부터 보험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영업 활동에 과도한 족쇄를 채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터진 부실 사모펀드 사태에 정치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권리를 강화하자는 금소법 개정안 입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소법은 금융 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의무나 부당권유 행위 금지 등 판매행위 규제를 위반한 금융사에는 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발의된 금소법 개정안은 보험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3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판매자(금융사)의 위법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 범위에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또한 손해배상의 입증 책임을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에게 전환하고, 대리중개업자로 하여금 판매수수료를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불완전판매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판매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인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직접 서명이나 녹취 등 보험 가입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질 수 밖에 없고, 이는 보험 가입 시 또다른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보험설계사와 법인대리점(GA)이 판매수수료와 보수 등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 점도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판매수수료가 노출될 경우, 의도치 않게 설계사의 소득이 공개되거나 보험사의 영업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수수료 공개로 불완전판매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금융감독원 GA에 대한 검사결과에 따르면, GA는 높은 수수료 위주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하고 있으며, 소속 설계사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위주로 계약체결을 권유하기 위해 허위계약, 부당 승환계약, 타인명의 위주의 불완전 보험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GA에 대해 불완전판매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로 내놨다. 설계사가 보험 모집 시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1차적인 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일부 GA 소속 설계사들이 가입자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제시하는 대신 높은 수수료 위주의 상품만 제시하는 관행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 1인 GA거나 규모가 작은 중소형 업체인 상황에서 배상이 잘 이행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작년 9월 기준 전체 GA 4477개 가운데 설계사 100인 미만 중소형 GA는 4290개에 달한다. 개인대리점도 2만5000여개가 넘는다. 그만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보험 판매채널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재확산에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힘들어지고 있는데 국회발 규제로 경영 활동이 더욱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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