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오는 27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에 나선다. 도시정비사업 퇴출 위기에까지 몰린 현산이 재건축 수주를 연속으로 따내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이틀 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다. 월계동 436번지 일대 약 4만3000㎡에 지하4층~지상25층, 총 1070가구를 재건축하는 2800억원 규모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현산의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코오롱글로벌 대비 사업조건이 공격적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현산은 ▲미분양 발생 시 100% 대물변제 ▲사업촉진비 가구당 5억원씩 총 4500억원 지원 ▲추가 부담금 없는 확정공사비 ▲추후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 또는 브랜드 리뉴얼시 강북 최초 적용 등을 내세웠다. 월계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현산이 오래 전부터 공을 들여온 사업지이고 사업조건도 나쁘지 않다"며 "광주 참사로 불안감이 확산하기는 했지만 대세는 현산으로 쏠린 상태"라고 말했다.
현산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건설 현장 붕괴 사고로 주택정비사업에서 벼랑 끝에 몰린 상태다. 다수의 사업지에서 시공사 교체 요구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어느 때보다 신규 수주를 통해 시장의 신뢰와 경쟁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현산은 이달 초 경기 안양시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경쟁사를 꺾고 시공권을 따낸 바 있다. 월계동신 수주까지 따낼 경우 재기의 발판을 확실히 다질 수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월계동신은 현산의 복합개발사업 핵심 사업지인 광운대 역세권 개발과도 지리상으로 인접해 시너지 효과가 크다. 실제로 단지 설계도에는 광운대역세권과 연결되는 오버브릿지 등도 제안돼 있다.
다만 수주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붕괴 사고 후속처리 비용, 행정처분 등 변수가 여전하다. 광주 화정아이파크의 경우 사고가 난 201동을 완전히 철거하는 데만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지연에 따른 보상비, 철거비, 재시공비 등 손실이 수천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또 국토교통부는 현산의 사고와 관련해 최대 수준의 징계를 예고한 상태다.현산은 정비사업에서 타사 대비 압도적인 수준의 사업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게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산이 제시한 조건들을 실제로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지난해 공사비·사업비 등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커지면서 시공사 교체 바람이 불었는데, 이 같은 사태가 향후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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