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건설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위험한 날씨엔 작업을 줄이고 매일 안전교육을 실시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 전국 수백개에 달하는 사업장을 모두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공사기간과 공사비는 정해져있는데 늘어가는 안전관리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고민거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현장 사망사고는 지난 한 달 알려진 것만 2건이다. 건설업계는 법 시행 직후 설 연휴와 맞물려 10여일 간 작업을 중단하는 등 몸을 사렸지만 잇따르는 사고는 피하지 못했다.
지난 8일에는 요진건설산업이 시공을 맡은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건축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지상 12층에서 일하던 승강기 설치업체 소속 근로자 2명은 승강기가 지하 5층으로 추락하면서 끝내 사망했다. 일주일 뒤인 16일에는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고덕대교 건설현장에서 60대 일용직 근로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다리 상판에서 개구부 덮개를 옮기다가 발을 헛디디면서 3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들 사업장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해당 공사현장은 공사금액이 각각 490억원, 3000억원 규모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게 된다.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인 건설현장이 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2곳 모두 논란의 지점이 있다. 요진건설산업은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오너’에 대한 직접적 처벌이 힘들다. 법 시행 전 대표이사를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소위 꼼수를 부려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건설의 경우는 사망한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다 사망했는지가 법 적용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현대건설 측은 사망자가 사고 지점에서 지시받은 작업이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A건설사 관계자는 "사고가 한 번 나면 회사 전체에 위기가 되고 오명을 씻을 수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긴장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 시행 이후 건설현장은 특히 날씨에 민감해졌다. 춥거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 때는 더 조심스럽게 공사가 진행된다. 주말이나 야간에는 무리한 작업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현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맞춰야 하는 것은 딜레마다. B건설사 관계자는 "법 시행 전 진행된 공사도 적용 대상인데, 안전 관리 부분을 반영하지 않은 채 공사비와 공기가 정해졌다"며 "추가로 투입될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지 공기는 어떻게 맞춰야 할지 난감하다. 결국 알아서 하라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C건설사 관계자도 "이대로 가다간 비용적 면에서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추가 공사비나 공사기간 연장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