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2.19 16:20

[르포] 세 시간 돌아 찾은 매물 단 세 개…청년대출로 전세 직접 구해보니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중기청 대출이요? 오늘만 해도 손님 같은 조건으로 3명이나 문의했는데 그냥 돌아갔어요" (서울 은평구 대조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
14일 오후 찾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 기자는 청년 대상 전세자금 대출 상품으로 전세를 구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일대 부동산을 세 시간 동안 돌아 찾을 수 있었던 전세 매물은 단 세 개 뿐이었다. ▲1억 이하 ▲청년 중소기업 취업청년 대출(이하 중기청 대출) 등의 조건을 얘기하자마자 이곳 공인 관계자들은 매물 검색에 열을 올렸지만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중기청 대출은 최대 1억원을 연 1.2%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어 2020년에만 9만 명 이상 이용한 청년 전세자금 대출이다. ▲중소·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만 34세 이하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단독세대주 연봉 3500만원 이하 ▲청년 무주택 세대주면 이용 가능하다. ▲임차보증금 2억원 이하 ▲전용면적 85㎡(25평) 이하 매물이면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목돈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중기청 대출은 한줄기 빛이지만 전세 매물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B공인 대표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전세 자금으로 적금을 들어봐야 연 이자가 일년동안 받는 월세보다 적다"며 "임대인이 굳이 전세로 놓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청년들이 전세대출로 거주하는 단독·다가구 전세거래는 지난달 128건으로 전년 대비(176건) 48건 줄었다. 다세대·연립 역시 전년(445건) 대비 139건 준 306건을 기록했다.
이곳 공인들은 중기청 대출의 까다로운 조건에 청년의 선택지는 더 적다고 입을 모았다. 중기청 전세 매물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근린생활시설은 불가능하고 ▲공시가격 대비 융자(선순위채권)가 적정수준이어야 한다. C공인 관계자는 "최근 한 달 동안 이 공인에 등록된 1억 이하 전세 매물은 45개"라며 "이 중 대출이 가능한 물건은 단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이전보다 오른 것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였다. B공인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이 일대에 1억2000만원짜리 투룸을 거래한 적도 있었다“며 ”요즘은 4~5평 원룸도 기본이 8000만원“이라고 전했다.
조건에 맞는 매물 3개를 겨우 찾았지만 주거의 질은 좋지 않았다. 2개는 1인 최저 주거 기준인 4평 정도에 불과했고 하나는 반지하 매물이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가구 중 지하·반지하·옥탑 거주 가구 비중은 전년 대비 0.1%포인트 증가한 2.0%였다. 청년 대상 전세 지원이 있더라도 청년 주거의 질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나빠진 셈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청년 전세 지원 정책으로 1억 이하 전세 매물이 줄었다"며 "근로자의 가처분 소득을 높여 실질적인 경제력을 높이는 것이 주거비 부담 완화에 더 근본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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