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08.24 16:16

은행도 당국도 "대출을 어쩌나"…딜레마 빠진 금융(종합)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은행과 금융당국이 '대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중의 대출수요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높은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해서다. 평시라면 '대출 조이기'에 나섰을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국면 등에 대한 고려 때문에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경제중대본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최근 급증한 신용대출 및 이에 따른 연체율 상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금융부문 리스크에 대비해 면밀하고 착실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또한 최근 금융협회장들과의 간담회 직후 "신용대출 성격이 경제 사정 악화 때문인지, 주식투자용인지, 부동산 투자용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금융협회장들에게 돈을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 신용대출을 억제하면 상충하는 측면도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정책, 특히 대출 관리의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최우선에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 획기적인 대출 규제 방안 등을 내놓는 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발신하는 일련의 메시지를 고려할 때 은행권 대출상황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가 가까운 시점에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은행권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주요 은행들의 건전성에는 위험 신호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기준 전체 대출 연체율(잠정)은 0.23∼0.36% 수준으로 집계됐다. 6월 말(0.21∼0.33%)과 비교해 하단과 상단이 각 0.02%포인트ㆍ0.03%포인트 높아졌다.
기업대출의 경우 7월 연체율(0.2∼0.48%)이 6월(0.18∼0.38%) 수준을 전반적으로 웃돈다. 은행에 따라서는 연체율이 0.5%에 근접한 경우도 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한 달새 0.13∼0.29%에서 0.22∼0.28%로 하단이 급등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36조5000억원으로 6월보다 7조6000억원 증가했다. 올들어 4번째로 많은 월별 증가액이며 7월만 놓고 보면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기간 기업대출 잔액은 955조1000억원에 달한다. 역시 7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액이다.
은행들, 대출시스템 점검하며 건전성 관리
만기연장 등 '잠재 리스크' 표면화 우려도↑
은행들은 대출심사 강화 등을 통한 건전성 관리를 하반기 주요 과제를 설정하고 각 부문의 대출 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있다. A시중은행 기업대출 담당 임원은 "주요 거래기업들의 관성적 롤오버를 전면 재검토하고 한계기업을 걸러내는 등 전반적인 관리에 들어갔다"면서 "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업 대출을 유치하려 영업에 나서는 분위기는 사라진지 오래"라고 귀띔했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단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차주들이 당초 고지한 용처와 달리 부동산 등에 대출금을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에 주력할 방침"이라면서 "전반적으로 대출심사 강화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7월 연체율 증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물밑에 가라앉아있는 부실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총 18만5000건, 53조원의 대출 만기를 연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모든 금융권의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 등 추가연장 방안을 조만간 확정, 발표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지표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신용대출 등 주요 부문의 대출을 마냥 옥죄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건강한 대출을 통해 전체적인 여신자산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당분간 은행과 금융당국 사이의 눈치보기, 줄타기의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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