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08.18 11:55

불통ㆍ과속ㆍ포퓰리즘…금융권, 거대 여당發 옥죄기 법안발의에 살얼음판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민영 기자]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금융혁신과 글로벌 역량을 주문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죠. 갈수록 전세계에서 찾을 수 없는 강력한 규제가 더해지는 형국입니다. 물론 금융소비자 보호는 아주 중요합니다. 금융사들도 자성해야 하구요. 하지만 모든 책임을 금융사들이 져야 한다는 논리는 과도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과잉 규제에 회사뿐 아니라 K금융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21대 국회 출범 직후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금융 족쇄 법안 드라이브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당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포퓰리즘 법안부터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법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법안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특히 소비자보호를 중시하는 금융당국과 맥을 같이하는 금융 법안의 경우 처리가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과잉 규제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한편 이렇다 할 대응책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쏟아지는 금융 관련 법안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4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사들이 연루된 2000만원 이내 소액분쟁 사건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조정안을 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사의 수락 여부와 관계 없이 재판상 효력을 갖는 게 내용의 골자다. 금융사들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고 시간을 버는 행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지만 금융사의 소송 청구권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극단적인 법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실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를 더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안도 나왔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르면 내부통제기준 및 위험관리기준을 위반한 금융사에 대해 소비자 피해액의 3배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같은 당 전재수 의원 역시 '금융소비자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통해 금융상품을 판매한 금융사가 최대 3배까지 손해를 배상하도록 법안을 발의했다. 내부통제에 대한 금융사 경영진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금융사 입장에서는 더욱 세밀한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과 징벌적 과징금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된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 관리 담당 임원은 "김 의원 발의 법안대로라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징계가 쉬워지는데, 금융사는 내부혼란 리스크까지 안아야 한다"며 "금융권 지배구조 변화와 내부혼란은 상품ㆍ서비스의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병욱 의원은 부실 사모펀드 해결 대책으로 페어펀드 도입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페어펀드 제도는 금융사의 위법행위에 따른 벌금을 모아 피해를 입은 소액투자자의 구제금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페어펀드가 불공정거래, 불완전판매 등 문제가 있는 금융사가 낸 과징금을 펀드로 구성ㆍ운용되는 만큼 이후 해외의 경우처럼 금융사의 징벌적 과징금이 더 세게 부과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역시 같은 당의 이학영 의원은 은행의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업계 현실을 무시한 법안도 줄을 잇고 있다. 현행 최고금리는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 연 24%. 김남국ㆍ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이를 연 10%로 내리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문 의원 안에는 대부업체 등이 최고금리 넘어 이자를 받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도 담겼다. 법이 개정되면 대부업체뿐 아니라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 전반에서 신용대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금융당국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여당의 법안은 법테두리 안에서 대출을 내주는 금융사들을 악으로 규정하면서 서민을 위하는 척 하지만 결국은 금융 취약계층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모는 악법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초미의 관심사다. 보험사는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으로만 소유할 수 있는데 이때 주식 가격은 취득원가로 계산한다. 여당 박용진ㆍ이용우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은 보유 주식 가치를 판단할 때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 가격으로 계산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최대 23조원 가까이를 팔아야 한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는 결국 보험 가입자와 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중립적 입장을 보였던 금융당국도 법 개정 찬성을 공식화한만큼 향후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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