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금융당국의 옥죄기로 지난 연말까지 대출문턱을 높였던 은행들이 잇따라 빗장을 풀기 시작한 가운데 직장인 등의 대출 수요가 당분간 대거 몰려들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추가 관리방안에 따라 대출시장이 또다시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올해 주택ㆍ주식시장 상승 전망에 따리 규제 전에 자금을 끌어모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부터 연말까지 주요 대출상품의 취급 중단 등 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해온 시중은행들은 새해 들어 속속 대출을 재개하고 있다. 지난달 2000만원 초과 신용대출과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던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이날부터 상품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주력 대출상품인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이달 중에 재개할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또한 중단했던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판매를 지난 1일 다시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신용대출' 취급 재개 시점을 조율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축소했던 가계대출 우대금리 한도를 다시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문턱을 다소 낮추고 있다.
은행들은 다만 고소득ㆍ전문직 대상 대출 관리 기조는 대체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에게 실행된 고액의 대출이 생계가 아닌 부동산ㆍ주식 투자 등에 지나치게 쏠리는 걸 막으려는 정부의 '핀셋규제' 방침 때문이다.
대출 실수요자들에 대한 규제가 이처럼 완화되면서 지난 연말 대출한파로 자금 융통에 애를 먹던 이들의 발걸음이 당분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곧 가계대출 관리 선진화방안을 발표키로 함에 따라 대출길이 또다시 조여들 것을 우려해 어떻게든 많은 자금을 확보해두려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빚투(빚내서투자), 영끌(영혼까지끌어모음) 열풍에 5대 은행 신용대출은 8월 말 124조2747억에서 11월말 126조3868억원까지 폭증했다. 하지만 12월 대출길이 막히면서 21일 기준 133조8234억원으로 증가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시장 불확실성이 대출 부추길 수도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시장에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연초를 넘기면 다시 어려워질 것'이라고 여기는 심리가 대출 총량을 확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2021년 경제정책방향 부처별 핵심과제'를 통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방안'을 올해 1분기 중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DSR은 차주의 상환 능력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언급하고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 고액ㆍ고소득 신용대출에 차주단위 DSR 적용, 고액 신용대출 사후관리 강화 등 대책들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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