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12.18 14:00

"집값 잡으려 사채로 떠미나" 초강력 대출 규제에 불만 폭발(종합)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소득이 없으면 대출은 없다는 거냐. 돈을 잘 벌면 은행 대출을 왜 받을려고 하겠나.""돈 없는 서민은 결국 급하면 사채를 쓸 수 밖에 없다. 집값 잡으려고 없는 국민들 사채로 떠미는 정책이다."
내년 금융당국의 초강력 대출 규제가 예고되면서 시장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기관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방식이 개인별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는 빚을 갚을 능력을 감안해 대출을 해주는 방향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해나가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대출받는 게 더 어려워질 전망이어서 결국 제2금융권 부실에 기름을 붓게 하는 풍선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 부처별 핵심과제'에서 내년 1분기 DSR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DSR 관리주체를 현재 금융기관별에서 차주 단위로 전환하고, 주택담보대출 상환능력 심사 때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신에 DSR로 단계적으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DSR은 대출자의 연간 소득 대비 전체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 비율로 DTI보다 강력한 대출 규제다. 벌어들이는 소득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자동차할부 등 전체 대출금액이 정해진다.
이 방안에 따르면 DSR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그동안은 금융기관별 DSR을 규제해 왔는데 개인에 대해서도 DSR 규제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DSR이 적용되면 주택담보대출 대신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는 등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모든 종류의 대출을 다 합산해 소득대비 대출의 규모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환능력 심사도 DSR로 단계적으로 대체해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이 많으면 그만큼 주담대가 제한된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최근 신용대출 규제에 이어 전반적인 은행권 대출 규제에 나서는 까닭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계빚 폭증에 따른 부실 우려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가장 많았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사상 최대폭인 22조1000억원 급증했다.
하지만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이번 대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재테크 커뮤니티 회원은 "소득이 적으면 집 살 생각 말고 임대로 들어가 살라는 거냐"며 "나라가 이 지경인데 저출산 운운하며 돈 줄테니깐 애 낳으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있는 사람만 더 빌려준다는 것"이라며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고 사채업자만 신나겠다"고 했다.
연이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를 두고 정부 부처 내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한은이 15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비은행권의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의 적용 대상이 은행권으로 한정되면서 비은행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에서마저 마치 은행들의 무분별한 대출 승인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는 분위기로 압박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생활자금 수요가 늘고 ‘영끌’·‘빚투’ 열풍까지 불어든 가운데 지난달 말부터 실시된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규제를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린 것이 복합적으로 신용대출 위험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을 관리하도록 은행들에 강하게 요구하며 책임을 떠넘기자 은행들이 ‘신용대출 창구 차단’이라는 강도 높은 조치까지 실시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긴급 대출을 미끼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은행 옥죄기에 따른 부작용이란 지적도 나온다.
다만 금융위는 저소득층에 피해가 없도록 시기를 분산해 도입을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또 생애소득주기를 감안한 미래소득, 적용만기 합리화 등 대출자의 실제 상환능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DSR 산정방식도 선진화할 계획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적극적인 금융지원과 안정적인 가계대출 억제, 나아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라는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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