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1.22 17:25최종 업데이트 25.11.22 19:13

제보

응급의학회 김수진 이사 "응급실 뺑뺑이? 중증응급환자 진료 안 줄어…환자 다 받는다고 문제 해결 안돼"

응급실 교수는 '교수' 아닌 '교지던트'…사법리스크 커지며 응급의료 현장 전문의 사직 늘어

대한응급의학회 김수진 수련이사(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교실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응급실에 환자 인풋(Input)만 고려해 자꾸 다 받으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환자만 다 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중증 응급환자는 여전히 응급실 진료에 차질이 없다는 현장 데이터도 공개됐다. 

특히 응급실 내 응급의료 의료진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점차 커지며 사직 의사가 늘어나는 만큼, 응급실 의사들의 어려움이 확산되고 있다며 '응급의학과 교수는 무늬만 교수지 교지던트(교수+레지던트)'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응급의학회 김수진 수련이사(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교실 교수)는 22일 '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정책포럼'에서 "코로나19, 의정사태 등 어려운 시기에도 응급실 의사들은 최선을 다해 중증 응급의료를 제공했다"며 "다만 모든 환자를 100% 수용해서 24시간 응급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은 현실이다. 이럴 때엔 중증 응급환자에 포커싱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비수도권 등 취약한 곳을 먼저 지원하는 질적 균형 배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이사는 '응급실 뺑뺑이'로 중증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지 못하는 사례가 악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생명에 지장이 있는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엔 큰 차질이 없다는 취지다. 
 
사진=김수진 수련이사 발표자료


실제로 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수련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중증도가 높은 KTAS 1~2 환자 수는 2022년 31만1357명에서 2024년 31만9033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반면 중증도가 낮은 KTAS 3 환자는 2022년 167만6552명에서 2024년 145만3843명으로 감소했다. 경증 환자로 분류되는 KTAS 4~5 환자는 2022년 159만2289명에서 2024년 67만810명으로 크게 줄었다. 

당장 생명에 지장에 있는 중증 응급환자는 그대로 응급실에서 진료가 이뤄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의정사태 등을 거치며 경증 환자 수만 줄어든 것이다. 

김수진 이사는 "KTAS 1~2 해당 중증 환자 및 중환자실 입원환자 치료를 유지한 반면 경증 환자인 KTAS 3군 일부, KTAS 4~5군 환자는 감소한 상태"라며 "현재 가진 자원규모 상황은 중증응급 환자 진료 제공을 위한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급실 내원 환자를 살펴보면 6% 정도만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한 고도의 중증 환자이고 나머지 KTAS 1~2군 환자도 모두 중증은 아니다. 일부는 지역 센터에 입원하고 대부분은 퇴원한다"며 "최근 응급의료법 개정 등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모든 환자를 받으라고 인풋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환자 흐름에 따라서 쓰루풋(Throughput, 처리 인원), 아웃풋(Output)을 연결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학과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응급실 내 법적 분쟁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는 "응급실 내 사법리스크가 대폭 커지면서 환자 예후가 안 좋을 수 밖에 없는 중증 응급 환자 진료는 기피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복귀율은 59.9%로 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상급종합병원, 수련병원 전문의 이탈도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응급의학회 '2025년 응급의학전문의 총조사' 중간보고 결과를 보면, 응급실 진료와 관련해 1년 이내 법적 분쟁을 경험한 사례는 197회에 달해 33.4%를 기록했다. 

또한 '일하는 응급실은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끼는가'에 대한 질의엔 2015년 4.3점에서 2025년 3.1점으로 하락했다. 

또한 응급실 전문의 21.9%는 스트레스로 인한 안정제, 항우울제 등 약물 사용 경험이 있었으며, 수면 질환으로 인해 수면제 복용 등 사례도 2020년 71건에서 2025년 137건으로 크게 늘었다. 

김 이사는 "응급의학과 교수는 무늬만 교수지, 교지던트(교수+레지던트)라는 소리를 많이 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전문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며 "사법리스크 완화 및 응급환자 진료 의료진에 대한 법적 보호와 감면과 함께 교수, 교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수행하는 필수진료영역에 혁신적인 가산 수가 보상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필수진료영역 전문의와 전공의 개별 인건비 지원, 수련병원과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인력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 법, 평가 등으로 강요하고 강제하는 시스템은 지양되고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