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이 내년 5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형사특례의 적용 범위와 중과실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의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 유형을 법률에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이창훈 원장은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과실에 해당하는 의료행위의 구체적인 사례를 법률에 모두 열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기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도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형사특례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과실 사례 모두 열거하기 어려워…중재원장 "기존 위헌 결정 곧바로 적용 어려워"
개정법의 형사특례를 둘러싼 쟁점 중 하나는 중과실 판단 기준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법률에 규정된 중과실 유형 중 '의학적 의료지침 또는 통상적으로 수용되는 진료에서 현저히 벗어난 의료행위를 한 경우'라는 조항을 두고 환자·시민단체에서는 기준이 추상적이라며 구체적인 사례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의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과실 사례를 법률에 모두 열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주 구체적으로 수천 페이지짜리 중과실 사례를 열거한다고 해도 거기서 제외되는 사례들이 생길 수 있어 결국 환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원장은 "중과실 사례를 법률에 모두 열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기본적인 기준을 법률에 정해놓고 구체적인 내용을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것을 포괄위임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형사특례의 위헌 가능성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사망이나 중상해가 발생한 의료사고에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형사특례를 적용하는 개정법을 두고, 과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근거로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개정법의 형사특례 적용 요건과 관련해 "단순히 책임보험에 가입했다고 해서 형사특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심의가 이뤄지고 배상이 이뤄지고 본인의 동의가 있는 등의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 원장은 "위헌 결정 내용과 지금 개정된 법률을 비교해 보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 위헌 결정의 취지나 법리가 이번 형사특례 규정이 위헌이라는 근거로 곧바로 인용되거나 원용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료사고 설명의무 도입…고위험 필수의료 조정 자동개시 확대
개정법에는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 보호자에게 사고 경위와 향후 조치 등을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 의원은 "의료진들이 의료사고의 원인을 밝혀서 환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사실 법에 규정된 것은 의료사고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났고 앞으로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이에 대한 유감 표명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설명하는 것은 당사자 사이의 소통이고, 결국 신뢰의 근간이 되는 것"이라며 "의료진 입장에서는 설명 과정에서 위로나 유감 표명 또는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나중에 의료소송이나 조정절차에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까 봐 우려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 이번 개정법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조정 자동개시 확대와 관련해 중재원이 의무기록을 확보하고 전문가들이 의료과오 여부와 인과관계를 검토하게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입증책임 전환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이 원장은 "중재원의 조정·중재절차에서는 비송사건절차법에 따른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기 때문에 입증책임의 전환 여부에 관한 논의가 불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환자 측에 유리하다"며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가 자동개시 사건으로 들어오는 이상 환자 입장에서는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