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최종일 빨간색 셔츠를 입고 무려 82승을 수확했다.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징크스(Jinx)’.
불길한 예감을 먼저 갖는 심리적 현상이다. ‘국내 넘버 1’ 박민지(23·NH투자증권)는 예외다. 징크스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대회 당일 미역국도 먹고, 플레이어가 꺼리는 4번 골프공까지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멘탈이 중요한 골프는 그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징크스가 많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세심한 부분에 신경쓰는 선수들의 징크스 이야기다.
▲ "입는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최종일 반드시 빨간색 셔츠를 입는다. 태국계 어머니가 점성술사에게 들은 우승 비책이다. 붉은색을 입고 필드에 등장하면 경쟁자들은 기가 죽는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역대 최다승 타이기록 82승을 수확한 힘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12승 챔프 김세영(28ㆍ메디힐)도 ‘레드 마니아’다. 흰색 상의에 빨간색 바지다.
리키 파울러(미국)는 마지막날 오렌지색, 오클라호마주립대 색상이다. 후원사 푸마가 ‘오렌지 마케팅’으로 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올해 은퇴하는 ‘스마일퀸’ 김하늘(33)은 이름과 같은 하늘색을 착용한다. ‘핑크공주’ 폴라 크리머(미국)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핑크색으로 도배한다. 배상문(35·키움증권)은 검은색 모자를 절대 쓰지 않는다.

김효주는 라운드와 일치하는 공 번호를 사용하는 징크스가 있다.
▲ "선택한다"= 골퍼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우승을 의미하는 ‘1’이다. 골프공과 자동차, 전화번호 등에 모두 1번 쓰기를 원한다. 3번도 인기다. 18홀 중 가장 많은 파4홀(14개)에서 버디를 하고 싶다는 의미다. 양용은(49)은 PGA챔피언십 우승 당시 3번 공을 사용한 뒤 3번에 유독 애착을 갖는 버릇이 생겼다. 홍란(35ㆍ삼천리)은 공에 빨간색 점 3개를 찍는다.
싫어하는 숫자도 있다. 2번은 "준우승과 2퍼트가 싫다"는 뜻이다. 4번은 동양권 문화에서 ‘죽을 4자’로 기피한다. ‘LPGA 멤버’ 김효주(26·롯데)는 첫날 1번, 둘째날 2번 등 라운드와 일치하는 공을 사용한다. 임성재(23·CJ대한통운)는 3라운드까지 라운드와 같은 숫자의 공, 4라운드에서 다시 1번 공을 꺼낸다.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반면 4번만 고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필 미컬슨은 US오픈에서 여섯 차례나 준우승에 그친 악연이 있다.
▲ "이상하게 꼬이네"= 선수들은 특정 대회 징크스가 있다. 최고령 메이저 챔프 필 미컬슨(미국)은 US오픈과 지긋지긋한 악연이다. 1999년과 2002년, 2004년, 2006년, 2009년, 2013년 등 여섯 차례나 2위에 그쳤다. 메이저 5승을 포함해 PGA투어 45승을 수확했지만 바로 US오픈 때문에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아널드 파머(미국)는 PGA투어 통산 62승을 달성했지만 유독 PGA챔피언십에서 부진했다. 37차례 출전에 단 한 차례도 정상에 서지 못해 결국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무산됐다.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메이저 우승과 인연이 없다. 통산 44승을 쓸어 담았지만 무대만 서면 작아졌다. 마스터스에서는 ‘파3 콘테스트’ 우승자가 본대회에서 부진하다는 징크스가 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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