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위기, 전문 의료기기 사용이 답이 아니다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빌미로 대한한의사협회는 현대의학이 개발하고 발전시켜온 의료기기를 한의사도 전면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의 내용에서 간과할 수 없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한의사들이 스스로 한의학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치와 진료는 한의의 기준이 다르지만 증상의 진단은 현대의학의 기준과 똑같고,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지 않아 65년간 한의계 발전이 저해 받았다’는 논리를 펴고, 한의대에서 배우는 교육과정의 75%가 의과대학과 일치하기 때문에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한의협은 주장했다. 그렇다면 인간의 질병에 접근하는 사고체계가 현대의학과 근본적으로 달라 독자적인 학문으로 발전시켜야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한의과대학을 설립했고, 지난 수십 년 동안 현대 의료기기를 통한 검증을 거부해왔다. 그 명분은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둘째, 규제개혁이라는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