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6.26 12:03최종 업데이트 17.06.26 12:03

제보

환자의 행복이 의사의 행복이 되도록

감이 익어가면 의사 얼굴이 노래지는 게 현실

[칼럼] 정명관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고 한다.

건강에 좋은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사람들이 병원에 올 일이 없어져서 병원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감이 익어가면 의사의 얼굴이 노래진다'는 말이 있다.

감에 비타민C가 많아서 겨울철 감기 예방에 좋다는 뜻이라고 한다. 우스갯 소리로 환자가 적던 어느 해에는 "올해는 전국적으로 독감 예방 접종을 너무 열심히 해서 환자가 없다"고 푸념(?)하는 농담반 진담반 소리도 들었다.
 
병원과 의사가 자영업자처럼 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아픈 환자가 병원에 오면 의사는 환자를 치료해 주고 환자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보통의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 과정과 마찬가지다. 어떻게 생각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약간 틀어서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현대의 병의원은 많은 자본을 투자해야 하고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매출이 많으면 그 비용을 다 제하고도 수입이 난다. 매출이 적으면 다른 사업들처럼 적자가 나고 부도가 난다.

병원의 매출은 아픈 사람이 많아야 늘어난다. 혹은 한 환자에게 드는 의료비용이 많을수록 다시 말해서 단가가 높을수록 늘어난다. 아픈 사람이 많으면 일은 고되어도 의사의 얼굴이 활짝 피고, 아픈 사람이 적으면 의사의 얼굴이 노래진다.

히포크라테스 선서까지 한 의사들이 아픈 환자가 적으면 얼굴이 노래진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굳이 아픈 환자가 아니더라도 건강을 염려해 병원을 찾아 오는 사람이 많을 때도 병원의 수입은 늘어난다. 고가의 건강검진을 많이 받아도 병원의 수입은 늘어난다. 지난 10여년간 갑상선암 검사가 늘어난 과정이다.

혹은 과거엔 병으로 생각하지 않았거나 포기하고 살았던 것을 병원이 제공하게 되어도 병원의 수입은 늘어난다. 성형 수술이나 피부미용시술 같은 경우이다. 이런 수요를 늘리려면 다른 상품들처럼 광고가 필요하다.

감기 환자가 한번만 와도 될 것을 두세번 오게 해도 병원의 수입은 늘어난다. 통증 환자에게 비싼 비급여 주사를 맞게 해도 병원의 수입은 늘어난다. 디스크 환자가 보존적으로 치료해도 될 것을 수술이나 시술을 많이 받게 하면 병원의 수입이 늘어난다.
 
아픈 환자가 병원에 와 치료 받아서 호전되면 환자도 행복해지고 의사도 보람을 느끼는 게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아픈 환자가 아예 없어서 병원에 치료받으러 올 일이 없으면 환자로서는 제일 행복한 일이고 의사도 그런 상황에 진심으로 기뻐해야 할텐데 적자와 부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게 가능할까?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의사가 환자의 건강에 신경을 더 써서 병원에 덜 와도 되도록 교육시키고 질병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행 제도에서 가능한 일일까?
 
병원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해 주고 돈을 버는 것이 지금까지 쭉 있어 온 일이고, 새삼스러운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우리나라의 모든 소방관들이 자영업자라면? 우리나라 경찰관들이 자영업자라면? 우리나라 군인들이 자영업자라면? 불이 나야 소방관들이 돈을 벌고,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야 경찰관들이 해고당하지 않고 월급을 받을 수 있고, 전쟁이 일어나야 군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라면 과연 그 사회가 안전하고 바람직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환자가 건강해지고 사회가 건강해져서 환자가 줄어들면 의사의 얼굴이 노래지기보다 더 환해지고 병원 수입에 도움이 되는 치료보다 환자에게 가장 유리한 치료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나아가 환자와 지역 사회의 질병 예방에 노력해 환자가 행복해지면 의사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사회를 고민할 때가 되었다.

소방관이 화재를 예방하는 일에 주력하고 경찰관이 범죄를 예방하고 군인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듯이 말이다.

#의사 # 정명관 # 메디게이트뉴스

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