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8.15 06:07최종 업데이트 19.08.1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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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센터 역할은 커지는데 불분명한 정체성·질 낮은 고용·전문성 저하 심각

정책 시행 위해 조직 및 역할 편성하고 예산 투입 필요

사진: 자살예방포럼 '지역사회 자살예방 네트워크 구축' 정책세미나.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자살예방 조직과 인력들은 지역사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장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저임금 계약직으로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 놓이고, 이로 인한 잦은 이직으로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고충을 겪고 있다. 자살예방이라는 공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더는 개인의 희생과 헌신에 기대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지역사회 자살예방 조직과 인력에 예산을 투입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자살예방포럼(공동대표 국회 원혜영 의원·주승용 의원·김용태 의원)은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역사회 자살예방 네트워크 구축' 정책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지역별 자살예방 조직과 인력 실태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국회자살예방포럼은 이날 정책세미나를 바탕으로 자살예방 조직과 인력 실태 조사에 따라 필요한 입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부산광역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이미경 부센터장

광역 단위 자살예방 조직, 수년째 동결된 예산으로 인한 인력의 질 저하·업무 정체성 불명확

부산광역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이미경 부센터장는 광역자치단체 자살예방 조직의 업무 내용과 인력 문제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종사자의 기관에 대한 낮은 신뢰도 등을 지적하며 업무의 숙련도가 높은 직원의 안정적 근무를 보장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공업무수행을 지원하는 공적 운영체계가 필요하고, 명확한 업무 가이드라인과 광역자살예방센터 업무의 정체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 부센터장은 "광역 단위 자살예방센터 총 16곳 중에 독립된 기관은 서울과 인천 2곳이다. 나머지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내에 자살예방팀으로 있거나 광역센터로 부설돼 있다"며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자살예방 사업 인력은 가장 적은 곳이 4명, 가장 많은 곳이 28명 이지만 대부분은 한 자리 수다"고 말했다.

이 부센터장은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의 평균 근속연수는 2년 7개월이다"며 "광역 단위 자살예방 예산이 5~6년째 동결됐다. 그러다 보니 인력이 나가거나 인력이 나가더라도 충원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직원들이 불안정한 고용 상황 때문에 불안감을 크게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센터장은 "인건비가 안정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며 "올해 2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상심리사의 경우 고용 환경이 취약해 이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제나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경우에 고용 형태에 대한 불만족이 이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도한 업무량과 현 고용구조에 대한 불만족이 이직 의도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전반적으로 고용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커서 인건비를 분리한 예산지원체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부센터장은 "현재 16곳 광역 단위 자살예방 조직에서 자살예방예산이 투입되지 않는 광역 지자체는 6개소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광역지자체별로는 자살예방의 예산이 최소 300만원에서 최고 19억원으로 차이가 컸다. 국비과 시비를 5:5로 나눈 센터는 6곳으로 파악됐다. 야간에 위기출동하는 센터는 7곳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산지원규모에 따라 야간위기대응팀 운영 여부, 자살예방 사업팀 구성, 자살예방센터 독립 운영 등이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이 부센터장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여러가지다. 센터 업무 범위나 목표가 명확했으면 좋겠다"며 "지난 번에 야간에 10층에서 뛰어 내리려는 자살 시도자 있어 출동한 적이 있다. 다행히 센터 직원이 출동했을 때 내려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했다. 자기가 현장에 출동했을 때 만약 자살위기자가 10층에 있었으면 우리가 상담해야 하는지, 경찰이 해야 하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이 부센터장은 "24시간 상담전화를 설치하면서 야간근무에 대한 기준을 갖추지 못한 점도 문제다. 어떤 곳은 일괄적으로 5만원이고 어떤 곳은 시급제다.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를 두고 누군가 근로기준법 위반을 문제제기하면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간에 응급입원을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서 자살위기자를 보호할 때 병원이 필요한지, 임시로 보호할 다른 기관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짚었다. 

이 부센터장은 "광역 단위 자살예방 조직에도 자살예방인력 배치가 꼭 필요하다. 다행히 부산은 광역지자체에서 예산을 줘서 인력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힘들다"며 "지자체 서비스 대상인구를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국비를 지원하고, 현재 시·도 지자체의 자살예방센터 운영 지원금이 상이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강원도 횡성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강은옥 팀장.

기초 단위 자살예방 조직, 도시와 농촌지역이 가진 고민은

기초 단위 자살예방 조직은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고민은 다르다. 도시지역에서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첫 발을 내디디는 사업을 시작하고 또 안정적인 고용으로 전문 인력 유지를 고민하는 한편, 농촌지역에서는 인력 채용의 어려움, 이동거리 등으로 인한 비용 문제로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데 쓰이는 예산을 적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특별시 강북구 보건소 이인영 소장은 "서울시는 자살예방센터가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분리돼 있다. 서울은 25개 구에 자살예방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성 위한 지원 교육도 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각 보건소당 1억 전후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 해에 78억을 자살예방사업에 쓰고 있다. 원래는 시에서 전적으로 지원했는데 올해부터 자치구가 10억, 시가 68억을 분담하고 있다"고 설명헀다.

이 소장은 "서울시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등 조례에 근거해 사업을 하고 있다. 25개 자치구도 모두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25개 자치구의 사업계획을 리뷰해 자살예방 전담 인력을 파악했다. 서울시는 두 가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보건소 인력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이 따로 있다. 하나는 보건소 내 자살예방 전담 인력이 있고 스크리닝을 하고, 지역 네트워킹 등 기관 간 연계를 추진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고위험군 발견되면 사례관리 등 업무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북구는 서울 내에서도 자살 문제가 심각했다. 전국 평균보다 자살률이 높았고, 특히 노인 자살률이 높다"며 "강북구는 공보사업에 응모해 국비 연구비를 받아 일차의료기관의 자살예방 사업 참여 사업을 추진했다. 일차의료기관에 오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크리닝해서 고위험군을 발견하면 자살예방을 담당하는 보건소 생명존중팀으로 연결해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어떻게 자살을 예방하는지 의문이 있었다. 지금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관이 30곳으로 늘었다. 의료기관이 자살위기 고위험군을 발굴하는 사업 연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자살예방센터가 생기면서 보다 활발하게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사례관리도 잘 되고 있다. 팀장 1명, 팀원 1명 등 보건소 내 정규직 자살예방팀이 꾸려져 사업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아직 서울 모든 자치구에 이런 환경이 조성되지는 않았다"며 "지역사회 네트워킹의 경우, 올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앞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횡성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강은옥 팀장은 농촌지역 기초자치단체의 자살예방 조직이 처한 환경과 인력 실태에 대해 발표했다.

강 팀장은 "횡성군 면적은 998㎢로 원주시보다 크다. 산이 많아 방문 가는 데만 1시간 20분이 소요 되는데 이는 농촌지역 자살예방센터가 가진 특성이다"며 "횡성군 자살예방 조직은 횡성군 보건소 내 2층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위치한다"며 "횡성군은 고령인구가 26.6%로 한국 사회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예방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인력이 한두 명 늘었는데 공간이 협소해 대기실을 복도 공간에 마련했다. 문제는 얼굴을 다 아는 농촌지역 특성과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상담하는 주민들이 노출되는 불편이 크다는 점이다"며 "상담실도 여의치 않다. 센터장실을 상담실로 겸해 사용하고 있고 상담이 많은 날에는 프로그램실이나 복도 대기실에서 상담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인력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군 단위 농촌 지역이라서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채용이 어렵다. 잦은 인력 변동 문제도 있다. 인건비 80% 제한으로 경력 인정이 되지 않고, 임금이 동결돼 사직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 때문에 상담받는 주민들과 라포 형성이 어렵고 사례관리를 지속하기 힘들다. 사례관리자가 바뀌면 왜 자주 바뀌냐고 항의하는 분들도 많고 심지어는 상담을 거부하는 케이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체계 이원화 문제도 있다. 보건소가 자살예방센터 사업의 실적을 취합하는데 자살예방센터장의 결재를 받지 못한 채 보건소에서 실적을 취합해 책임 소재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회계는 보건소 규칙, 취업규칙은 위탁기관 규칙을 따른다. 또 병원 운영체계를 따르는데 전혀 상관 없는 내용이 많다. 이런 부분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체계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강 팀장은 "농촌지역이라서 또 힘든 점은, 행정입원이 어렵다는 점이다. 행정입원할 병상이 부족하고 병원도 행정입원을 꺼린다"며 "행정입원을 시키기 위해서는 경찰이 서명을 해야 하는데 정신과 의사가 올 떄까지 대기를 해야한다. 문제는 병원에서는 의사 인력도 부족하고 지역사회에서 경찰 인력도 부족해,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불만이 쌓인다는 점이다. 해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문제도 심각하다. 자의입원하겠다고 동의한 대상자가 입원하러 가는 길에 갑자기 직원을 때렸다. 직원이 충격을 받고 힘들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보험이나 안전을 보장해줄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 자살예방포럼 '지역사회 자살예방 네트워크 구축' 정책세미나..

자살예방은 공공 업무... 그에 맞는 조직 편성과 인력·예산 투입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는 공통적으로 정부가 자살예방 정책을 실제로 시행하려면 그에 알맞는 조직 편성과 인력 마련,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까지 자살예방센터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버텼다면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자살예방 업무가 공공의 영역인 만큼 준정부기관 또는 기타공공기관 형태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급하게 해결될 문제로는 24시간 상담 및 대응 체계가 자살예방센터의 업무에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동시에 업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꼽혔다.

중앙자살예방센터 백종우 센터장은 "자살예방 업무가 희생과 봉사로 굴러가고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보건소에서 추가로 기간제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따라서 사업 예산의 상당수를 인건비로 사용했다"며 "문제는 이 분들의 고용이다. 공적인 일이고 때로는 위험한 일이다. 지난해 12월 말에 임세원 교수 사건을 겪었다. 집 찾아가는 사례관리자가 폭력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백 센터장은 "일본, 대만, 미국 등 국가는 직접 부서를 만들고 시행하는 일이다. 우리는 보건소에서 방문하는 아웃리치팀 선생님도 2년 계약직이다. 위탁 형태로 전문가를 데려와서 일하는 구조를 만들었지만 구조 자체에 취약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예방 업무가 공적인 역할인 만큼, 준정부기관 또는 기타공공기관으로 가야 한다. 중앙에 직원 100명 정도가 있고 지부마다 광역 역할 하는 준정부기관 형태 또는 기타 공공기관으로 가야한다는 논의가 있어 왔다"고 말했다.

백 센터장은 "자살예방 문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커뮤니티케어와 같이 자살예방 업무를 논의해야 한다.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 집에서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서비스 그 중 하나로 자살예방 문제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따라서 의료, 복지, 지자체 등의 네트워킹이 중요하다. 공무원이 직접 운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소한 이것은 급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 24시간 응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세계에 없다. 응급 입원은 안전의 문제고 인권의 문제까지 살펴야 한다. 경찰서, 지자체, 공립병원의 역할이다. 자살예방센터가 하는 역할로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소장협의회 허목 회장은 "광역, 도시지역 기초단체, 농촌지역 기초단체 등 입장에 따라 여건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24시간 체제는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조직의 전문성 떨어진다. 인력의 평균 재직기간이 2.73년은 그런 상징이다. 지역사회에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이대로 가면 큰 문제다. 기존의 민간위탁체제로는 한계가 왔다. 이정도 예산 가지고 뭘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서울시 발표를 듣고 좌절감을 느꼈다. 가장 열악한 곳은 광역이다. 투자 없이 국민의 건강은 없다. 정신건강센터는 공공성이 크다. 정체성 부분에서 공공성 강화해야 한다"며 "자살예방도 치매센터처럼 지역 예산으로 제대로 조직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력 예산 없는 사업은 실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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