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7.17 05:56최종 업데이트 18.07.17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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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약전의 혈액백 포도당 평가기준 해석에 이견 '팽팽'

건강세상네트워크-의협 "미국약전, 포도당과 과당 합한 결과값 적용 의미"

대한적십자사 "직접 USP위원회에 질의 제기해 '순수포도당' 의미 확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보건의료시민단체에 이어 의료계도 대한적십자사의 혈액백(CPDA-1) 입찰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양측은 혈액백 포도당 평가기준으로 삼는 미국약전(USP) 해석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포도당 결과값 계산시 과당을 제외하고 있다. 반면,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과당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최근 건강세상네트워크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의협은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약전은 혈액백의 포도당 함량 기준에서 과당을 포함한 수치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는 과당을 제외한 수치를 적용해 왔을 개연성이 의심된다"며 "혈액백 선택시 포도당 함량 기준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본지 확인 결과,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1월 30일 국가종합전자조달 나라장터를 통해 ▲이중백 320ml 16만5927개(투찰금액 3360원) ▲이중백 400ml 26만7303개(투찰금액 개당 3360원) ▲삼중백 320ml 49만4735개(투찰금액 개당 4090원) ▲삼중백 400ml 79만6985개(투찰금액 개당 4090원) ▲사중백 400ml 28만1800개(투찰금액 개당 1만3360원) 등 5개 품목에 대해 '혈액저장용기(혈액백) 공동구매 단가 분류별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에 배정된 예산은 160억여원이었다. 

혈액백 전혈제제 제조 '단일백'과 2성분 혈액제제 제조 '이중백', 3성분 혈액제제 제조 '삼중백'의 포도당 평가기준은 30.30g/L 이상 33.50 g/L 이하였다. 

대한적십자사가 최근 본지에 해당 근거로 보내 온 미국약전 혈액백 규정에 따르면 '용액 1000mL당 30.30g 이상 33.50 이하의 포도당(NLT 30.30g and NMT 33.50g of dextrose(C6H12O6∙H2O))'을 합격 기준으로 하고 있다. 입찰공고와 같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포도당(dextrose)'에 대한 해석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입찰에는 국내 제약사 A사와 글로벌 의료기기 및 제약사 B사가 참여했다. 이후 4월 10일 개찰결과에서 B사는 탈락했고 이전부터 대한적십자사에 혈액백을 공급해왔던 A사가 낙찰됐다.

이에 건강세상네트워크가 대한적십자사와 A사의 입찰 담합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미국약전에는 혈액백 내 항응고제 구성성분인 포도당의 함량을 포도당과 과당을 포함한 값으로 명시돼 있다"며 "그러나 대한적십자사는 과당을 제외한 포도당 수치만으로 품질평가를 진행했다. 혈액백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A사는 혈액백 포도당 허가기준인 31.9g/L에서 과장 변성을 고려해 추가로 5.5% 분말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 5월 국회에 보내온 답변서를 통해 "혈액백 중 포도당은 멸균과정에서 일부가 과당으로 이행하나, 포도당과 과당 모두 에너지 공급원이므로, 과당은 불순물로 판단되지 않는다"며 "포도당 정량 시에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결과값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해석했다. 미국약전 항응고액항의 포도당 정량법은 포도당과 과당을 모두 합한 환원당 총량으로 측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 역시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값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포도당측정값(과당 제외)으로 포도당 함량시험 합격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미국약전(USP)의 혈액보존액(CPDA-1) 규정에 적합하다"며 "상기 USP 분석법(정량법)에 규정된 시약(cupric tartrate)은 포도당과 과당에 모두 반응해 결과값을 도출하는 시약이나 합격기준은 포도당값으로 정의돼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적십자사는 dextrose가 순수 포도당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대한적십자사

이 관계자는 "혈액백 제조시 포도당을 허가기준(31.9g/L) 보다 5.5% 추가 투여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식약처에 관련 질의를 제기해 최근 답변을 회신받았다"며 "식약처는 제조공정 중 손실에 따른 과량투입은 단위공정별 손실 원인을 분석(과량투입 사유)하는 등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설정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는 추가 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는 "식약처의 답변과 관련해 과당이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지 관련학회에 질의한 상태다"라며 "USP의 측정법과 함량기준에 대해서도 합격기준을 포도당값으로 공고한 대한적십자사 입찰이 적합한지 여부에 대해 재질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USP를 제개정하는 USP위원회에도 질의를 제기했고 지난 5일 CPDA-1 규정에 명시된 Dextrose는 순수 포도당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에 따르면 USP위원회는 "Dextrose는 다당류로부터 얻어진 (+)-d-glucopyranose(포도당)이다. 이것은 물분자 하나(1수)를 포함하거나 혹은 무수(anhydrous)이다. 이것은 무수조건에서 97.5% 이상(NLT) 102.0% 이하(NMT)이다. 최종 사용자로서 당신들(대한적십자사)은 과당이 포함돼야 한다면 귀사에서 결정하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혈액백의 포도당 평가기준에 대해 당시 입찰에 참여한 제약사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혈액백 입찰에 낙찰한 A사는 "혈액백 혈액보존액 평가에 대한 미국약전의 포도당 평가 기준은 30.30~33.50g/L이다"라며 "식약처랑 대한적십자사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부합한 혈액백을 생산했고 입찰이 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입찰에서 탈락한 B사 관계자는 "포도당 결과값 해석에서 과당을 포함시킬 것인지 아닌지에 의견차가 발생했다"며 "대한적십자사는 포도당만을 적용하겠다고 하지만 유럽이나 다른 나라는 과당을 다 합쳐서 계산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품질에 대해 회사측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우리 혈액백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만, 현재 대한적십자사의 평가기준에 맞추려면 포도당이 더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A사와 B사 제품 모두 우수제조의약품 관리기준(GMP)에 따라 허가됐다"며 말을 아꼈다.

#혈액백 # 대한적십자사 # 혈액보존액 # CPDA # 포도당 # 과당

권미란 기자 (mrkwon@medigatenews.com)제약 전문 기자.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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