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7.23 06:20최종 업데이트 19.07.2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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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건강보험 시행 30주년... 보장성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의료공급자와 소통 강화해야"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명예교수,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된 목적에 충실할 것을 강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국민건강보험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사회보장제도로 시행된 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9일 노보텔앰배서더 서울 용산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국민건강보험 30주년을 맞아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명예교수가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 30주년이 가지는 의의와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건강보험제도의 과제에 대해 제시했다. 복지국가 초석 마련한 건강보험제도의 의의를 짚으면서 향후 건강보험제도가 보장성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의료공급자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 30년... 복지국가 진입 위한 초석 마련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건강보험에 가입돼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은 사회보장제도로서 1989년 7월 1일에 실시됐다. 문 교수는 이날 국민건강보험 시행 30년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이 한국이 복지국가로 진입하는 초석을 다졌다고 짚었다.

문 교수는 "오늘은 전국민건강보험 3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다"며 "여기서 30주년이라 함은 사회보험이 실시된 1977년 이후 12년만인 1989년을 기점으로 해서 금년까지의 30년(1989-2019) 간을 일컫는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의료보험법이 제정 공포(법률 제1623호)된 1963년을 기준으로 삼으면 올 해는 56년이 된다. 법 제정 당시에도 서울대학교 학생의료보험 등 이미 다수의 미인가 임의보험제도가 운영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1989년이 의미하는 바는 각별하다"며 "같은해 2월에 전국민 의료보험실시에 따른 '의료전달체계 시행계획'이 발표돼 3단계 진료체계의 수립과 진료의견서 및 진료의뢰서 발급이라는 이른바 보험의료전달체계를 수립하여 도시지역으로 확산을 준비하던 해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해 3월에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민의료보험법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로 좌초됐다. 제도에 대한 찬반으로 국론이 갈라져 각기 궐기대회가 성행했던 시기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우리의 건강보험은 정교하게 마련된 마스터 플랜에 따라 추진된 것이 아니다"며 "이웃나라 일본의 의료보험제도를 모델삼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때그때 시범사업을 통하여 돌파구를 마련했다. 때로는 시민사회단체의 이유 있는 저항이 제도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우리의 국민건강보험은 세계인권선언문에서 언급한 사회보장권과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사회보장권, 더 거슬러 올라가서 베버리지 보고서에서 명시한 사회보장권을 한국사회에서 실현하는 정책수단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은 다보험자체제에서 단일보험자체제로, 조합별 진료비심사 및 청구체제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독립체제로, 정부의 일방적 수가 고시제에서 이해당사자 간의 수가계약제로 전환했다"며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와 공무원 및 교직원을 직장가입자로 변환해 직장가입자의 범위를 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전국민건강보험을 통하여 비로소 복지국가의 문턱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며 "다시 말해 전국민건강보험이 지니는 또 하나의 의미는 바로 이 제도가 우리나라를 복지국가로 진입하게 하는 초석이라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민건강보험제도를 모델로 해 장차 전국민연금제도와 전국민장기요양보험제도와 전근로자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꿈을 꿀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회계층 격차 해소한 건강보험 보편 적용 등 내적 성과는

문 교수는 건강보험제도의 내적 성과에 대해 의료보험을 매우 성공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왔다는 점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보편적 건강보험 적용, 능력비례 보험료 부담 실현,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전문기관의 발전을 포함해 7개 성과를 짚었다.

문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은 최단기간에 전국민에 대한 보편적 건강보험적용을 실현했다"며 "1977년에 출발한 우리나라의 강제적용형 건강보험제도는 그 당시에 시·군별 또는 사업장의 규모별로 제한하면서 확대돼 왔다. 1989년부터는 지역이나 사업장의 규모 등과 무관하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적용(Universal coverage)의 원칙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전국민의 동일한 의료서비스 요구에 대해 동질적 보험급여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며 "보편적 적용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는 국민 누구라도 건강보험을 받는 데에 차별을 받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무차별의 원칙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동일한 요구에 대한 동질의 급여 제공의 원칙을 실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은 능력비례 건강보험료 부담을 실현하고 있다"며 "건강보험료는 2019년 기준으로 근로자가 받는 보수월액의 6.46%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각각 2분의1인 3.23%씩 분담한다.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국민건강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킨 공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험제도는 보험료 부담을 전제로 하면서 보험급여의 제공을 약속하는 사회 계약의 하나다. 이때 민간보험은 보험급여의 크기가 보험료 부담액수에 비례하거나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상호 연계된다. 이에 비해 사회보험에서는 이 연결고리가 작동하지 않도록 운용된다"며 "건강보험료의 부담과 보험급여 크기의 고리를 끊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보험으로서의 국민건강보험은 민간보험에서는 볼 수 없는 사회공동체의 연대의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기전은 부담과 수혜(급여)의 연결고리를 원천적으로 끊어버림으로써 가능했다"며 "각종 사회보험제도 가운데서도 건강보험이 가장 강력한 사회연대성의 원리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을 수행하는 핵심 조직체로서 건강보험 공단과 심사평가원은 보험전문기관으로서 최고의 위상에 올랐다. 지난 30년간 건강보험제도의 성숙을 이 두 전문조직체가 주도해 왔다"며 "건강보험공단은 1977년 11월 출발한 전국의료보험협의회는 1981년 9월 중앙의료보험조합연합회, 1998년 10월 의료보험심사위원회가 설치됐다. 이들은 1998년 10월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을 거쳐 1999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독립했고, 2000년 6월에는 심사평가원으로 독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료비심사평가기능의 개발로 환자안전과 보험의료의 질 향상을 도모했다"며 "건강보험제도가 진료행위별수가제를 채택한 이후에 엄청난 진료비 청구 및 심사 물량이 발생하게 됐다. 하지만 전산처리시스템이 발달하고 새로운 심사기법이 활용되어 업무처리 역량이 고도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국민건강보험제도 아래서 의료서비스의 질이 전반적으로 꾸준히 향상됐다"며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과 주사제사용률 두 가지 보건지표는 한때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문제가 많았다. 현재는 모든 요양기관이 상기도감염에 대해 항생제를 절도 있게 처방해 나가고 있고 주사제 처방률 역시 적정수준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의료기관 활성화로 인한 의료접근성 향상 등 외적 성과는

건강보험제도는 보험급여를 통해 사회의 보건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문 교수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사회계층간 건강격차를 해소하는데 일조하고 징수 대행기관으로서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발전을 견인·선도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문 교수는 "국민 건강수준의 향상과 사회계층간 건강격차의 감소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2008년에 79.6세에서 2017년에 82.7세까지 9년간에 3.1세 만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회계층별로 건강수준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1차적으로 경제와 관련된 건강결정요인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은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용이도 등 사회계층별 건강결정요인의 격차를 감소시켜 건강수준의 격차 경감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은 의료보장체계를 건강보장체계로 격상했다"며 "의료보험제도는 예기치 않은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치료비 마련을 위한 사회적 준비체제로 시작했으나 오늘 날에 와서는 가입자의 건강을 총체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재원조달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민간의료부문이 지배하는 의료체계를 구축했다"며 "1945년 광복 이후에는 전국적으로 보건의료자원이 크게 부족했다. 공공의료부문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사회보험 도입으로 의료수요가 폭증하면서 민간의료부문이 빈 자리를 채웠다. 이처럼 전국민건강보험은 민간의료부문이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국가의료체계를 형성시키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징수대행기관으로서 타 사회보장제도들의 발전을 견인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며 "산업제해보상보험이나 국민연금제도 그리고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아직 대상인구의 전체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민건강보험은 대상 인구의 보편적 적용을 통해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여타 사회보험료의 징수대행기관이어서 총괄적으로 징수한 후 타 사회보험제도에 배분한다"며 "사회적 효율성이 높다. 국민건강보험의 보험료 징수력은 국세청의 국세 징수력을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건강보험모델병원으로 보험자 직영 병원 등의 운영으로 의료공급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오래동안 보험자와 의료공급자가 상호대척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에 보험자가 병원을 직접 운영해 보험자가 의료공급자를 이해하고, 적정진료서비스의 개발과 보험진료수가의 기준병원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의 향후 과제는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증진에 기여

문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의 향후 과제로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에 따라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증진에 대한 기여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출산, 지속적인 보장성강화, 의료공급자 및 의료공급자 단체와의 소통 강화, 빅데이터를 통한 맞춤의료 추구 등을 꼽았다.

문 교수는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은 '국민의 질병 부상에 대한 예방 진단 치료 재활과 출산, 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증진에 이바지' 하는 데 있다"며 "이러한 목적에 비추어 향후 과제를 생각해 본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건강보험은 출산을 위한 기여를 해야 한다"며 "국민건강보험은 지방자치단체 간 복지의 차이를 무제한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어느 수준에서 제한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끊임없이 추구해야할 목표다. 본인 일부부담액은 가입자의 의료남용을 억제하게 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저소득자나 필수의료서비스의 이용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의료공급자나 의료공급자 단체와의 소통에 보다 적극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가가 전적으로 민간의료부문에 의존하면서 건강보험을 키워 왔고, 민간의료부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주요당사자인 의사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의료공급자와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노력을 배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맞춤의학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미래의 국가보건의료체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국민건강보험의 빅데이터가 적극 활용돼야 한다"며 "종국적으로는 개인 및 집단의 맞춤형급여패키지 개발로 귀결되리라 생각된다. 미래의 국가보건의료체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국민건강보험의 빅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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