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1.03 06:25최종 업데이트 17.01.03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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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과 영업사원의 비애

"의사 선생님 만나기가 쉽지 않네요"

©메디게이트뉴스
 
[현장] 김영란법 시행 5개월

"하루 콜(방문) 수를 못 채울 정도로 의사를 만나기 어렵다."
 
시행 5개월째를 맞고 있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에 대한 제약사 및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들의 소감이다.
 
작년 9월 28일 국공립병원 및 사립대병원 교수의 금품 수수 등을 금지한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후 업계의 영업활동이 꽁꽁 얼어붙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시행한 지 넉 달째이던 지난 연말, 서울대병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등을 방문한 영업사원들을 만나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점을 들어 봤다.
  
Communication 

이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물론, 김영란법 시행 초기 만큼은 아니다. 9~10월에는 병원 자체적으로 영업사원 방문을 거절하는 곳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그라들었다."(다국적 A제약사 영업사원)
 
초기보단 나아졌다 하더라도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제품을 설명하는 풍경을 보면 이전과 다르다.
 
잠깐 복도에 서서 이야기하거나 이동하면서 급하게 메시지를 전하는 풍경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고, 이는 그만큼 의사들이 밀폐된 공간에서의 만남을 꺼려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테일(제품 설명)이라는 게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야 의사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 관심있게 들을 수 있다. 지금은 식사 약속을 잡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고, 편하던 의사도 만나는 것을 꺼리니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국내 B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
 
약속 없이 방문하는 건 생각하기도 힘들다.
 
"전에는 약속을 못 잡았더라도 병원에 왔다가 전화드려서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리 약속을 안 하면 못 만난다. 방문 거절 팻말을 문 앞에 게시한 의사도 많다."(국내 C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
  
Call 

영업사원에겐 하루에 채워야 하는 의사 콜(방문) 수가 있다. 못 채우면 어김없이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우리 회사는 하루 9콜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그만큼 채울 수가 없다. 영업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실적을 덜 내도 되는 건 아니다. 영업사원의 생존이 어려워졌다.(다국적 A제약사 영업사원)
 
3&1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국공립대‧사립대 교수의 식사비 상한선은 3만원, 김영란법을 적용 안 받는 교수는 10만원(약사법).
 
한 병원 안에서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과 약사법 적용 대상의 교수가 공존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큰 혼란을 낳았다.
 
이를 테면, 원칙적으로 김영란법의 적용을 안 받는 삼성서울병원 안에서도 협력관계인 성균관의대 소속 교수는 김영란법 대상이다.
 
"같은 병원 교수인데 누구에겐 3만원 짜리, 누구에겐 10만원 짜리 밥을 사야 하니 난처한 상황이 생긴다."(국내 D제약사 영업사원)
 
기준이 다르다보니 상당수 제약사들은 아예 보수적인 내부 기준을 정했다. 모든 교수 식사비를 3만원으로 정한 것.
 
"이게 문제다. 우리 회사는 김영란법 대상과 약사법 대상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도 의사들이 우리와 식사하지 않는다. 제약사들이 어디에 장단을 맞출지 몰라 타이트한 기준을 만든 게 역효과만 내고 있다."(다국적 E제약사 영업사원)
 
Guideline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법 시행 3개월이 지난 현 시점 영업사원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한 가지는 '공통된 가이드라인'이다.
 
불확실성이 강한 법 시행 초기인 만큼, 회사들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많은 사례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각 회사들의 내부 윤리지침(Compliance Program, CP)이 다르고, 의료기관도 각기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
 
여러 기준이 상충하는 상황은 산업 활동의 위축을 낳을 수밖에 없다. 
 
"모든 제약사가 통일된 기준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국적사들은 내부 규정이 다르고, 일부 국내사는 김영란법 시행 후에도 안 보이는 곳에서 리베이트를 주기도 한다. 서로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다국적 F제약사 영업사원)
 
"제약협회 등에서 규정한 룰이 필요하다. 상충되는 김영란법과 약사법 사이의 선을 정한 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실질적인 규범을 만들어야 할 때다."(국내 G제약사 영업사원)
  
Good point 

김영란법의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기존에 과도한 부탁을 하던 의사들은 법 시행 후 스스로 지양하는 분위기다. 그런 점에서는 영업 환경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국내 G제약사 영업사원)
 
하지만 강압적인 분위기와 불분명한 기준이 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제약업계는 작년 노바티스의 리베이트 사건 후 자중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강제적으로 막는 일이 많다 보니 오히려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다국적 A제약사 영업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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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주 기자 (yjsong@medigatenews.com)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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