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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치료명령제 도입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책임 개인 아닌 국가가 떠맡아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고(故) 임세원 교수 추모 기자회견' "고인의 뜻을 이어가겠다"

    정신질환 치료 대책, 안전한 진료실 환경, 국가 차원 기구 설치와 예산 마련 등 여섯 가지 제안

    기사입력시간 19.01.10 16:45 | 최종 업데이트 19.01.10 17:11

    사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고(故) 임세원 교수 추모 기자회견'.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0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무국에서 '고(故) 임세원 교수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뜻을 이어 안전하고 편견 없는 치료환경의 조성을 촉구했다. 학회는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그동안 보호자에게 떠넘겨 왔던 정신질환에 대한 책임을 이제 국가가 짊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학회는 사법치료 명령제의 도입과 정신질환 치료 비용에 대한 국가 부담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학회는 이날 중증 정신질환자 편견 철폐,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 자타해 위험상황에 대한 안전행정대응·응급정신의료·급성재발기 집중치료 체계 구축, 지역사회 기반의 외래 치료 및 병원 기반의 사례관리 시행, 비자의 입원에 대한 사법입원 제도 도입, 정신건강문제에 대한 국가 기구 설치 및 재정 투입 등 여섯 가지를 촉구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사랑하고 존경하는 우리의 동료 고(故) 임세원 회원을 황망히 떠나보낸지 어느덧 열흘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고인이 사랑했던 정신과 환자들이 편견으로 내몰리지 않을까 걱정한 유족분들의 마음을 접하며 진정한 애도가 무엇인지 숙연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신질환 치료의 최전선에서 소명을 다하고자 했던 고(故) 임세원 회원의 유족은 의연하게 '안전하고 편견 없는 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 고인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것'이라고 당부해 주셨다"며 "이에 학회는 비극적인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 정부 당국에 대책을 요구하고 학회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학회는 "첫째, 고인의 숭고한 뜻에 따라 이번 사태가 '중증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와 이로 인한 편견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편견과 차별을 우려해 치료를 미루고 치료의 지연이 사고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우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보험가입 문제 등을 포함해 사회제도의 전면전 검토를 요구한다. 또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공익적 인식 개선 캠페인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둘째,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 돼야 한다"며 "진료실은 의사가 환자의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안전한 곳이 돼야 한다. 정부는 이를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 정부는 의료기관 내 안전보장을 위한 시설과 인력이 마련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를 위해서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의료기관 내 폭행 근절 법안을 마련하고 의료기관 안전을 위한 구조 개건, 인력 배치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해야 한다. 또 의료기관 안전관리기금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회는 "셋째, 자·타해 위험상황에 대한 민감한 안전행정대응, 응급정신의료, 급성재발기 집중치료로 이어지는 체계가 구축 돼야 한다"며 "신속한 대응은 사고 예방의 기본이다. 경찰과 보건행정체계가 공식적으로 임박한 위험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특히 정신질환자들은 급성 악화기에 원활한 진료를 받지 못하면 병식이 없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치료를 포기하게 돼 기초적인 안전이 무너진다. 현재 응급정신의료체계의 핵심적인 문제는 후송이다. 지정의료기관 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역으로 현장에서의 경찰관의 활동도 위축시키고 있다"며 "응급정신의료 체계는 신체적 치료와 함께 정신응급 진료 기능을 온전히 갖춘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후 급성기 입원치료를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안정병동의 설치를 필수로 하고 운영이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우선 응급정신의료체계를 재정비해 경찰과 119가 현장대응과 후송을 적극 지원하도록 하는 등 정신응급환자의 후송을 지원해야 한다. 또 권역별 주요의료기관에 정신응급치료를 위한 정신응급지정 의료기관의 설치 및 정신건강의학과 안정병실을 의무화해 정신응급 및 급성기 치료는 중환자 진료에 준하는 인적·물적 자원이 요구되므로 관련 수가를 적정화 해야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넷째,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지역사회 기반의 치료를 제공하는 외래치료 및 지역사회관리 활성화 대책과 병원기반 사례관리가 전면적으로 시행 돼야 한다"며 "외래치료 지원제의 신청은 보호의무자의 동의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해당 의료기관이 준사법기관에 신청해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성을 가지고 집행하도록 해야 한다. 또 병원기반 사례관리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탈락되는 환자들의 문제점을 파악해서 행정 입원 등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다섯째, 비자의 입원에 대한 법적 판단을 사법행정기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환자의 인권 보장은 물론 치료권 보장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입원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은 인권을 보장하는 대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사법입원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치료를 위해 준사법적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사법치료 제도는 전문가의 소견을 참고로 사법 체계에서 입원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로 많은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다"며 "현재 상화에서 정신질환자의 가족은 치료받지 않으려고 하는 정신질환자에게 치료를 강제할 수 없다. 또 정신과 의사도 치료를 받도록 환자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회는 "보호자의 동의 없이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국가가 치료비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 국가가 보호자의 책임을 온전히 이관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이 법과 제도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시키면서 동시에 인력 및 재정확보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사법입원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자의 치료에 대한 국가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학회는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시범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는 병원기반형 사례관리는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병원과 지역사회로 양분되어 있는 체계는 이론적으로 작동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수의 정신질환자가 치료체계에서 이탈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입원을 최소화 하면서도 회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적 정책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여섯째,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국가적 수준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또 과감한 재정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예산은 전체 보건예산 대비 1.5% 수준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 수준인 5.05%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국가정신건강위원회를 법제화하는 등 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구축과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상급의료기관에서 정신병동이 사라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급성기 정신질환자를 신속히 치료할 수 있는 응급대응체계가 부재하다"며 "경찰과 지역사회 서비스 기관.  의료기관은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을 질 수도 없는 공백 상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대통령 직속의 국민정신건강위원회(가칭)의 설치해야 한다. 또 정신보건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보건예산의 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정부는 사법치료명령제를 도입하기에는 아직 법원이 준비 돼 있지 않다고 말한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법원이 내부적으로 사법입원과 관련해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정부와 각 유관기관이 머리를 맞대 한국식 모델을 만들면 된다"며 "지금까지 정실진환자는 1차적으로 가족이 책임져 왔다. 환자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가족이 환자 데려와야만 치료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엄밀히 말하면 보호자도 환자와 이해관계 있는 당사자다. 가끔 나오는 유산문제, 알코올 중독 환자 입원 문제 등 원래 취지와 다르게 입원 시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결국 보호자와 환자가 이해 충돌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결국 이는 보호자와 의료진이 환자의 치료를 결정하기 떄문에 환자의 적대감이 보호자와 의료진에게 향하게 만든다. 실제로 치료 순응도가 낮은 정신질환자의 폭력이나 분노는 1차로 가족, 2차로 의료진에게 향한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사법입원, 사법외래명령제 등 사법치료명령제는 정신질환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서 국가로 이관하는 것이다. 왜 환자를 법적으로 치료 받게 하느냐는 말이 나오는데 법이 들어와야 환자들이 안전하다. 환자의 미국, 영국 등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만큼 한국식 모델을 잘 만들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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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연 (dyjeong@medigat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