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7.28 06:22최종 업데이트 18.07.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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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르탄 사태 재발방지 위해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제한"

서울대 임상약리학교실 이형기 교수, 제네릭 약가우대정책 등 과다 품목허가 유도 지적

정부의 국내외 정보수집 네트워크 및 제네릭 품질관리 시스템 강화 등 의견 제안

▲서울대 임상약리학교실 이형기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발사르탄 함유 고혈압 약제만 500개가 넘는 등 한국은 제네릭의 천국이다. 제네릭에 편향적인 약가 우대정책을 개선하고 품질 보증을 위협하는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허용을 중지해야 한다."

서울대 임상약리학교실 이형기 교수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청년의사신문이 마련한 '발사르탄 사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말에 발사르탄 사태를 발표하게 된 위기 관리 방식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성급하게 발표를 한 데에는 살충제 계란파동 등 이전의 사태 트라우마가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금요일 저녁이 지난 주말에 1차 발표를 했다"며 "FDA의 경우 홈페이지에 해당 품목별 회사 링크를 연결시켜 약제 코드와 효능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어떤 약이 문제가 되는지 사진들을 올려놨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상대적으로 식약처의 위기관리 방식이 더 세련되면 좋았겠지만 신속한 초동대처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며 "중요한 사안인 만큼 신속하게 정보공개를 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 전문적인 방식으로 대국민 홍보, 공지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앞으로 식약처 대응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발사르탄 사태의 문제는 식약처의 대응이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많은 동일 품목 제네릭 수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발사르탄 리콜 회사와 품목 개수를 보면 영국은 2개 제약사의 5개 품목, 미국 3개 제약사 10개 품목, 캐나다 6개 제약사 21개 품목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54개 제약사의 115개 품목에 달한다.

그는 "500개가 넘는 발사르탄 함유 고혈압 약제가 허가를 받았다. 1개만 오리지널이고 나머지는 전부 제네릭이다"라며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제한이 풀리면서 제네릭들이 쏟아져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약처는 특정 회사가 특정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복원했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동·위탁 생동성시험이 품질신뢰와 품질 개선에 취약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제네릭의 품질 보증을 위협하는 위탁, 공동 생동 허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네릭 허가 전에는 양질의 고가 원료를 사용했다가 허가 후 품질 보장이 어려운 저가 원료 공급처로 변경한다"며 "제네릭 허가 후에 원료선 변경시 비교용출자료만 제출하면 된다. 제조업체 실사 등을 진행하지 않고 간단하게 자료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한국은 해외 원료 제조업체 실사를 진행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나 제도가 없어 식약처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실사를 실시해왔다"며 "이번 발사르탄 원료업체인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는 한 번도 실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 교수는 "화하이는 오래전부터 FDA 실사를 받았고 전 세계 많은 제약사들에 원료를 공급하는 곳이었다"며 "이렇게 잘 해오던 회사도 발사르탄 원료 문제가 발생하는데 저가 원료 공급처의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식약처가 지난 2016년 이같은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약품 해외제조소 등록과 현지 실사 근거를 제공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2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라며 "해외 원료의약품 제조업체의 현장실사와 주기적 정보 갱신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대표적으로 약가를 통제하는 일본은 정부가 제네릭 약가를 지정한다. 가격 경쟁 유인이 발생하지 않아 제네릭 점유율이 높지 않다"며 "그러나 한국은 약가 통제에도 불구하고 제네릭 판매량 점유율이 높고 매출액 점유율도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영국, 독일은 가격이 싸기 때문에 제네릭이 시장에 많이 침투해있다. 그러나 워낙 가격이 싸기 때문에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한국은 시장도 많이 차지하고 있고 가격도 비싸다. 약가는 국가 시장 경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제네릭을 편향적으로 우대해주는 약가우대 정책이 문제다. 제네릭 가격을 지나치게 우대해 많은 회사들이 들어가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높은 약가로 얻은 수익이 불공정한 관행들을 불러왔다. 정부가 강제하는 가격 통제보다 제네릭 회사 스스로 가격을 정하게 하는 것이 제네릭의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데 더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 교수는 ▲제네릭 품질 보증을 위협하는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허용 중단 ▲해외 원료의약품 제조업체의 현장실사와 주기적 정보 갱신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 ▲제네릭의 고가 약가보전하는 약가제도 수정 등을 제안했다.
 
▲발사르탄 사태 재발방지 대책 마련 토론회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도 발사르탄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정부의 국내외 정보수집을 위한 네트워크 강화, 초기대응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제네릭 품질관리 시스템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정하 의무이사는 "중국산 값싼 원료를 사용해 복제약을 만들고 이 복제약에 높은 약가를 책정해주다보니 국내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현행 생동성 검사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무이사는 "앞서 발표된 정부의 제네릭 고약가 책정 제도 재검토, 공동 위탁 생동제도 폐지, 해외의약품 제조업체 관리감독 강화는 기본적인 것이다"라며 "예측할 수 없는 사고나 문제 발생시 이에 대한 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의약품 정책 개선과 시스템을 확립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 "직접적으로 환자들의 분노를 위로하고 불안감을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기관에 적절한 보상방안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며 "보상방안이 마련되면 향후 이런 상황 발생시 더 원활한 협조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 이모세 본부장은 "이번 발사르탄 사태는 의사와 약사의 책임이나 성분명처방, 대체조제 등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FDA도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보고하기 전까지 몰랐다. 중국회사라고 욕을 하지만 실제로 이 회사는 품질검사 등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유럽이나 미국 등에 수출하는 회사다"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오리지널 의약품이라고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며 "앞서 언급한 공동·위탁 생동성시험 제도도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우리와 다른 제도를 가진 미국, 유럽, 캐나다 모두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본부장은 "기업에서 책임있는 품질관리와 신속하게 정보 제공할 수 있는 자발적 보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보고,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기관은 정보수집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정보평가 능력 향상, 문제 발생시 상세한 정보제공과 기관간 협력, 체계적인 회수와 적절한 보상 지급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추가적으로 규제 당국이 국내외 원료 생산시설 점검을 가능하게 원료 구입처 변경에 따른 신뢰할 수 있는 안전기준 마련, 품질유지를 위한 관리 시스템을 국제적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제조사 또는 판매사가 품질관리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게 공동생동 위탁생산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공동생동을 통해 제네릭 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하나의 이름을 갖게 하고 판매는 공동으로 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권익포럼 조윤미 운영위원장은 "식약처의 초기 대응이 환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많이 미흡했다"며 "정상적인 제조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불순물이 발생했고, 제조소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보고했다.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후의 대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환자들의 혼란을 최대한 줄이면서 신속하게 공포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소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식의약 관련 국외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 사전에 각 주요국과 긴밀한 정보 네트워크를 상시 가동함으로써 제외국의 조치사항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입수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측은 토론회에서 제기된 발사르탄 사태와 제네릭 품질의 관련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관련 규제환경에 대한 진단을 통해 보완·도입할 부분들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김상봉 과장은 "발사르탄에 대한 문제를 중국 화하이에서 전 세계 고객사(제약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우리나라도 공급사들이 정부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알리지 않았다. 자세한 것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전 세계 원료제조소를 모두 관리할 수는 없다. 등록단계에서는 실사를 하는데 해외같은 경우 사후관리에 대한 법적 관리가 필요해 법안 제안을 해놓은 상태다"라며 "관련 규제환경에 대해 진단하고 보완하거나 도입해야 할 부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좀더 보완된 대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윤병철 과장은 "제네릭 제도개선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는 약가 등 제네릭 관련 제도 문제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했다고 본다"며 "정부도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 품질관리, 건강보험 등재 등 전반적인 측면으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과장은 "식약처와 협의를 통해 생물학적 동등성, 제조, 위탁생산, 약가문제 등 전체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것이다"라며 "향후에는 더욱 적절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내용을 근거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민과 복지부, 유관단체에 중요 정보를 지적하고 간추려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오늘 자리에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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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란 기자 (mrkwon@medigatenews.com)제약 전문 기자.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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