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8.11 05:54최종 업데이트 17.08.1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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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만 답답하다

"내일이 없는 보장성대책…의료계 쥐어짤 것"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수가 협상에서는 재정 고갈을 이유로 0.1% 인상도 어렵다고 외쳤던 정부다. 건강보험재정 누적 흑자 20조원을 건강보험 보장성에 쓴다면 적정수가를 마련할 재정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터무니없는 재원 마련 대책, 오늘만 살고 내일은 신경 안 쓰는 방법이라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른 재정 마련 계획을 놓고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국민들에게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70%까지 보장률을 높이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목표를 달성하고자 내놓은 예산 마련 계획이 매우 부실해 결국 의사들이 모든 부담을 떠안을 것이란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특히 국민의 건강권이 달린 재정을 정부 입맛대로 요리한다는 지적과 함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채 후손들에게 빚만 안겨줄 수 있는 해당 재원마련 계획은 매우 무책임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총 30조 6천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재원 조달 방안은 현재 누적 흑자를 보이고 있는 20조원의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지원 확대가 주요 골자다.

하지만 정부는 건강보험 수입의 20%를 국고로 지원해야 하는 기본적인 법적 의무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곡간만 탐내는 모양새다.

복지부는 최근 언론을 통해 기획재정부가 지난 10년간 지급하지 않은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이 14조 7천억원에 달하며, 올해 역시 7조 974억원을 지급해야 하지만 2210억원 가량 축소된 6조 8764억원을 지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 정부가 건보재정 흑자분 20조원을 보장성 강화에 투입하기도 전에 고갈될지도 모른다.
 
건강보험공단과 기재부는 수년전부터 건보재정의 고갈을 우려해왔다.

기재부는 지난 3월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를 통해 건강보험재정이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23년에는 누적금마저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강보험공단 성상철 이사장은 매년 수가 협상장에 나와 건보재정 고갈을 우려하며 수가 인상에 난색을 표했다.

기재부의 발표가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 문재인 정부는 건보재정 흑자분을 보장성 강화에 투입할 때가 아니라 2023년 재정 고갈에 대비해 당장 비상대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그럼에도 기재부도, 건보재정을 지켜야 할 건보공단도 정부의 보장성강화 대책에 입을 닫고 있다.
 
답답한 것은 의사들뿐이다.
 
바른의료연구소 관계자도 "앞으로 의료비 자연증가분과 노인의료비 증가 등만 해도 큰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30조 6천억원으로 3800개의 비급여를 급여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면서 "결국 진단서 수수료 정책처럼 비급여 가격을 후려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대한의원협회 송한승 회장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보험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공급자인 의료계를 쥐어짜겠다는 소리로 들린다"면서 "정책 자체가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을 상대로 시험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경남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결국 원가 이하의 수가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을 실시할 것이고, 이런 저런 이유로 심평원은 대량 삭감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기우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더 가혹한 의료계의 손실은 결국 일차의료를 포함한 의료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SNS에도 이와 유사한 의사들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의사 A씨는 페이스북에 "적당히 10년만 살고 죽자고 생각하면 이 정책에 적극 찬성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어갈 젊은이들과 후손들에게는 빚을 안겨주는 것"이라면서 "'그땐 알아서 되겠지'라는 생각은 파렴치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증세 없는 혜택은 거짓말이거나 포퓰리즘"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꾸준히 재정 위기를 주장했던 건강보험공단 측은 "이번 보장성 강화 정책은 그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보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시도"라면서 "재정전망이 밝지만은 않지만 보장성 강화라는 전제를 놓고 본다면 재정문제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적정 수가를 어떻게 합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비급여를 급여로 하려고 하면 수가 부분도 손을 대야 할 것"이라면서 "디테일한 부분은 의료계와 소통을 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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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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