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7.31 06:16최종 업데이트 19.07.3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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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1년 반, 연명의료 유보·중단 5만 3000명...환자 자기결정권 얼마나 보장되고 있나

취약계층 자기결정권 보장 미흡하고 가족 결정 구조 등은 새로운 문제로 부상

사진: '취약계층의 연명의료 결정과 웰다잉 정책방향' 토론회.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바탕으로 '웰다잉'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약 25만명으로 확인됐다.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통해 연명의료유보나 연명의료중단을 한 임종기 환자도 5만30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원혜영(더불어민주당)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세연 위원장(자유한국당)은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취약계층의 연명의료 결정과 웰다잉 정책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에서 중요한 부분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구현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이후 새롭게 부각된 취약계층의 연명의료결정을 위해 사전연명의료서 등록기관을 확대하고 결정 주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위해 연명의료결정 단계에서 마지막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종 임박한 환자의 의사 재확인 절차가 자기결정권에서 중요"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주호노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상 자기결정권의 구현에 대해 발표했다. 임종 임박한 환자의 의사를 재확인하는 절차가 자기결정권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상 자기결정 구조는 당사자가 의식이 있을 때 쓰는 사전연명의료서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방식과 의식이 없을 때 생전 환자의 연명의료 진술에 대한 가족 2인 이상의 일치된 의견, 가족 전원의 합의, 법정대리인 합의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연명의료가 무엇인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연명의료라는 용어는 안락사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안락사라는 용어는 안락하게 죽는다고 보면 연명의료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단계와 관련해 연명의료 용어를 고찰하면 전혀 다른 의미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1950년대 진통제를 투여하는 기술이 발전했을 때 진통제로 인해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진통제의 부작용이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법률적으로 사해행위므로 안락사라는 용어가 생겼다"며 "진통제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지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지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발달해 통증을 없앨 뿐 아니라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일정기간 동안 심장, 폐 등 연장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했는데 문제는 부분적으로만 연명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을 수 있고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의미가 없는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문제다. 그게 연명의료결정법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과거에는 사망이라는 개념이 의료와 무관하게 일어났다. 의료가 발전하다보니 사망이 모두 의료로 연결됐다"며 "모든 죽음을 의료화 하다보니 의료행위의 요건을 갖춰야 합법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한다. 의료행위는 의학적으로 필요할때 하는 것이 의료행위의 요건이고, 의술적 타당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학적으로 아무리 해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 하는 것이 연명의료결정이다"며 "죽음과 관련된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한다. 이게 바로 자기결정이다. 자기결정의 근본 목적은 자기책임이다. 자기가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책임지는 근대법에 따른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 타인이 결정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말기 환자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임종과정 환자는 임박하다. 말기 환자나 임종과정 환자 등 연명의료 중단의 배경은 소생가능성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연명의료계획서는 의사가 의학적 판단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환자의 의사를 물어서 기입하는 것. 그래서 자기결정이 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환자 본인이 미리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우리 법의 독특한 특징은 다른 사람의 의사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명의료 중단결정에 대한 가족 전원의 합의가 가능한 것은 유교적 전통에서 가족의 의사에 따르는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이런 결정 방식의 문제점은 환자의 의사를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임종에 임박해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가가 이 때 설명 다시해야 한다. 처음부터 설명하고 정확히 실질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확인하면 법률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설명할 때 등록기관에 의사가 없다. 예를 들어, 간호사가 설명하고 환자가 동의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시비 걸고 따지면 법적 효력을 문제 삼을 여지가 있다. 마지막 단계인 의사 확인 절차에서 환자에게 설명하고 의사를 확인하면 법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확대하고 기회 차단 요소 분석해야"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백수진 연구부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중심으로 취약계층의 연명의료결정 지원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백 연구부장은 자기결정권을 보장 받는 상황에서 결정 주체의 의사가 바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작성 환경에 대한 질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연구부장은 "취약계층의 연명의료결정을 지원한다는 주제는 어렵다"며 "연명의료결정에 중요한 것은 자율성의 행사다. 자율성의 제한 또는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있다. 자율성의 요소는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의 맥락을 뜻한다"고 밝혔다.

백 부장은 "말기 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임박한 환자로 한정된 환자들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의향을 담고, 적용되는 시점에 그 의향이 동일한지 확인하는 것이 자기결정권이다"며 "연명의료결정법의 취약성은 어떤 주체가 결정권 행사하는데 외부로부터 영향에 반응하는 정도다"고 말했다.

그는 "연명의료중단 결정 당사자가 주변인, 정보, 상황 등 외부로부터 개인의 가치관 또는 신념 등에 따라 다르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즉 결정자의 의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결정자의 반응 정도가 자기결정권의 취약성이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 가족, 의사 셋이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작성 주체인 19세 이상 성인이 등록기관에서 설명듣고 이해한 다음에 작성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결정을 하나하나 체크하는 방식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또 의향을 결정을 한다는 것이 생각의 방향이기 때문에 결정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 부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서 자기결정권은 결정권 자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연명의료의향서의 주체는 결정 주체로서 권리 행사를 표현하고, 행사될 권리를 가지고 있는 주체라고 생각한다.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가져가야 하는 방향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결정권을 보장 받는 상황에서 결정 주체의 의사가 바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예를 들면, 최근에 지체발달장애 자녀를 데리고 온 어머니가 자녀와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겠다고 했다"며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자발성을 가져야 연명의료의향서를 쓸 수 있는지 적절한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부장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작성자에 대한 기회가 확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이 확대 돼야 하고 기회를 차단하는 요소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작성 환경에 대한 질 관리도 필요하다. 등록기관의 자원과 역량을 확대하고 훈련된 상담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성된 의사에 대한 바람직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 의료기관 내 윤리위원회 등록을 확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사진: '취약계층의 연명의료 결정과 웰다잉 정책방향' 토론회.

치매 노인 등 취약계층의 연명의료결정 자기결정권 고민해야

이어진 토론에서는 취약계층의 연명의료결정 보완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장기요양 대상자인 치매 노인 등이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취약계층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연명의료 결정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이정석 연구위원은 "장기요양 대상자는 기본적으로 치매, 뇌졸중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하지 않은 부분에 진입해서 노쇠하다 임종에 가는 분들이다"며 "장기요양 행정에 진입한 분들은 평균 2년 내 사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마 중증질환인 경우가 많아 그런 듯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장기요양에서 연명의료결정은 중요하다. 장기요양은 신체기능뿐 아니라 인지기능이 저하된 분이 많이 포함돼 있다. 치매소견이 있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장기요양 등급을 받기 때문에 장기요양 대상자의 68%가 치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연명의료결정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작성하고 서명하는 등 본인의 결정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존엄한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장기요양 대상에 들어오기 훨씬 이전에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의사를 밝힐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종에 임박한 장기요양 대상자는 가족에게 고지한 다음에 병원 응급실로 이동한다. 지금 법 체계라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것도 의식이 없어 불가능할 것 같다. 권리 행사 당시에 환자에게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면 실제로 적용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그렇다면 치매노인, 장기요양시설 노인은 연명의료결정의 주체에서 빠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이 법을 설계할 때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기본으로 하고 가족 2인의 일치된 진술과, 가족 전원의 합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보완할 때 쓰이기 위해 고안됐다"며 "하지만 법 시행 2년이 다 되가는 지금 압도적 다수가 환자 가족 결정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현장을 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인프라가 열악하다. 건강보험공단 지사에 가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찾아가기 쉽지 않다"며 "설명하는 사람의 능력이 중요하다. 신체적 취약성, 고령자, 지역적 취약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나 법률 등 미흡한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해 이야기 꺼낼 수 있는 정도로 알려져야 한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문화가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환자단체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김보람 사무관은 "정책 수립에 있어 전문가와 현장을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이다. 취약계층을 정의하는 데 있어 상당히 많은 다양성이 있다. 취약계층을 넓게 볼 수도 있고 좁게 볼 수도 있다. 합의된 기준을 말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노인, 장애인, 여성 등을 취약계층으로 말하는데 세분화되면 하위 그룹에서도 다양한 취약성 편차가 있다. 정책상 모호하지 않은 개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적 개념으로 취약성은 사회적 복지 대상이다. 연명의료제도에 취약계층을 적용한다면 질병의 상태로 봤을떄 의학적 상황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성별, 연령 이런 것들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제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 두고 있다"며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가 듣고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미성년자도 설명듣고 같이 확인할 수 있다. 선진적인 입법이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관에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상담이나 심의를 하고 환자, 가족, 의료인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 제도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고. 다만, 가족의 의사나 그런 부분이 개인의 결정을 넘어서 많은 부분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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