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9.26 08:00최종 업데이트 17.09.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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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찰료 도입 안착 조건은?

사회적 합의, 저수가 문제 해결 등 필요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심층진찰료(일명 15분 진찰료) 시범사업이 향후 본사업으로 자리 잡고, 더 확대되기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일차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적정수가 담보 등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고, 난이도에 맞는 적정수준의 수가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심층진찰료 시범사업'을 안내했다.
 
상급종합병원은 병원의 취지에 맞게 중증환자 중심으로 진료하고, 이에 걸맞는 수가를 지원해 1,2,3차 의료기관의 역할정립을 돕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심층진료 시범사업 수행기관인 서울대병원은 지난 8월 중순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갔으며, 복지부는 대상 의료기관을 확대해 오는 10월 중순부터 상급종합병원의 지원을 받는다.
 
대다수 상급종합병원도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21일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를 대상으로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수가 시범사업 설명회’를 개최하자 43개 상급종병 중 36개 병원에서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심층진찰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중심의 의료기관으로 변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수가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모 대학교수 A씨는 "지금도 진료비 관계없이 무조건 대형병원만 고집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이 심층진찰을 확대하고, 경증환자는 1,2차 의료기관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맞지만 현재 의료시스템에 익숙한 국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A교수는 "현재 9만 2450원의 수가는 여러 측면에서 낮아 보인다. 시범사업을 통해 심층진찰료 수가를 재논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서울 심장뇌혈관병원도 지난 9월부터 자체적으로 심층진찰을 시작했다.
 
이들은 복지부 심층진찰료 시범사업과 비슷하게 의뢰서를 소지한 신환자 대상으로 초진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관계자는 "심장뇌혈관병원에서는 복지부가 구상한 심층진찰료 시범사업과 거의 비슷하게 이미 운영 중이다. 따로 수가도 없지만 오로지 진료의 질을 올리고, 환자의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시작했다"면서 "당연히 수익 측면에서는 불리하지만 환자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 심장뇌혈관병원은 1시간에 4명씩 진료하고 있으며, 하루에 16명을 넘지 않아 복지부가 현재 예상하는 모델과 비슷했다.
 
반면 해당 관계자는 심층진찰 시범사업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저수가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심장뇌혈관병원에서는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심층진료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것이 여러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되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의료 저수가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 진찰료로 봤을 땐 9만 2450원이 큰 금액이지만 실제로 하루에 심층진찰을 통해 16명의 환자를 보는 것보다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검사와 처치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이 의료기관에 더 큰 수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수 전문가들은 단순히 수익 측면에서 본다면 기존처럼 외래환자를 많이 보는 것이 심층진찰 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해당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이 심층진찰을 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기는 하지만 자생적으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에게 손해가 된다면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경증환자를 회송 보내도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많아 이 또한 해결에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층진찰료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권용진 단장은 해당 문제점들을 공감하며, 해결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권용진 단장은 "시범사업 시작이 얼마 되지 않아 통계로 보여주기는 부족하지만, 심층진찰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환자의 의료쇼핑을 막는 것과 경증환자의 상급종병 이용 제한, 수익 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면서 "이것들은 심층진찰료 연구용역과 함께 시범사업을 통해 나온 결과와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권용진 단장은 심층진찰료 사업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으로 환자의 의료쇼핑과 경증환자의 상급종병 이용제한을 꼽았다.
 
권 단장은 "심층진찰은 1,2차 의료기관의 의뢰서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이미 3차병원에서 온갖 검사 등을 마친 환자가 의료쇼핑 하는 것 또한 막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경증환자는 서울대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게끔 하는 강력한 수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권용진 단장은 "지금의 의료시스템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3차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이제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를 봐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한다"면서 "심층진찰료 시범사업은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변화인 만큼 이것이 유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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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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