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9.17 06:13최종 업데이트 19.09.17 09:46

제보

데이터 시대에 의료수학은 의료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료수학센터 개소, 신약개발 연구·감염병 확산 모델 개발 등

사진: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수학과 의료수학의 역할과 미래 정책 세미나'.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올해 2월 산업수학을 의료로 확대한 의료수학센터를 설립했다. 의료수학은 산업수학 영역 중 하나로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수학적 해석과 모델링의 수학이론으로 통합제공해 해결하는 연구분야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수학과 의료수학의 역할과 미래 정책 세미나'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의료수학에 대한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수리연은 올해 진행된 연구에 이어 내년에는 의료수학을 활용한 신약개발 연구와 감염병 확산 모델 개발·시뮬레이션 등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은 의료수학 과목 개설해 인재 육성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정순영 소장은 토론 발제문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료수학의 역할과 미래에 대해 소개했다. 정 소장은 의료 분야에서 빅데이터의 활용을 예로 들며 의료수학의 필요성과 인재 개발에 대해 강조했다.

정 소장은 "산업수학은 수학적 이론과 분석 방법을 활용해 산업계, 공공분야 등의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를 통한 산업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다"고 밝혔다.

정 소장은 "한편 의료수학은 산업수학 영역 중 하나로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수학적 해석과 모델링의 수학이론으로 통합 제공해 해결하는 연구분야다"며 "진단에서 치료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방대하고 수많은 생체의료 데이터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딥러닝 등의 수학적 기법을 활용한 융합연구에 대한 수요가 최근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발제문에서 "미국은 최근 MS, IBM, 구글과 대형병원이 참여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암치료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선진국은 의료수학의 중요성을 인식해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대학은 의료수학 과목을 개설해 의료수학 관련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고 했다.

정 소장은 "최근 의료기기 산업의 시장규모는 2020년 472조 규모로 예측되며 미국, 일본, 독일,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63.7%에 이르고 있다. 국산 의료기기 시장 점유율은 1.7%에 불과하다"며 "최근 인공지능과 의료장비의 결합으로 과거 장비 중심의 의료기기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의료기기로 부가가치가 이전되는 추세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빅데이터·AI의료기기 시장은 2030년 기준 27조5000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딥러닝, 머신러닝, 영상인식기술 등에 기반한 AI 기반 의료기기는 기존의 치료중심 의료체계에서 사전 진단, 예방과 예측 등 개인 맞춤형 치료로 의료수준의 질적 수준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정 소장은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2015년 산업수학 점화프로그램을 추진했고 2016년에는 정부의 산업수학육성방안을 기점으로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산업수학혁신센터를 설치했다. 또 정부지원에 힘입어 대학 내 2개의 산업수학센터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의료분야의 수학적 문제 수요가 급증해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의료영상, 심장질환과 암연구, 혈류순환 시스템 모델개발 등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초에 의료수학센터를 개소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충남대병원, 부산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건양대병원 등과 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제이어스, (주)QTT, 보로노이바이오 등 의료관련 기업과도 수학적 문제해결과 수탁과제를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정 소장은 "데이터의 폭발적 증가, 의료데이터 분석 및 첨단의학의 필요성, 인공지능(AI)의 다양한 분야 적용 등으로 인해 수학의 필요성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그러나 이에 대한 수학의 역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체제, 관련 분야와 협업, 규제나 제도 개혁 방안은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국내 산업수학생태계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나 정부의 지원정책을 논의해야 한다"며 "의료분야의 수학과 융합연구의 성공사례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의료수학연구부 안치영 부장.

의료수학, 의료 전 과정에서 수학적 해석·모델링을 통합적으로 활용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의료수학연구부 안치영 부장은 의료수학센터에서 진행한 연구 성과 등에 대해 소개했다. 의료수학센터는 의료수학을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의료생체정보의 수학적 해석·모델링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해결하는 연구분야라고 정의했다. 의료수학 문제로는 임상·영상·분자유전 자료를 활용한 동맥경화·뇌경색 발생 예측 모델 개발 등이 꼽혔다.

안 부장은 "2018년 1월에 시작해 세 차례의 기술교류회를 거쳤다. 의료기관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올해 2월에 조직개편을 통해 의료수학 연구 전담조직인 의료수학센터가 출범했다"고 밝혔다. 

안 부장은 "센터에서 의료수학의 정의를 만들었다. 의료수학은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의료생체정보의 수학적 해석·모델링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해결하는 연구분야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의 발병 순간부터 진찰, 검사, 진단, 치료계획에 따른 치료, 경과 관찰, 완치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병원에서 이뤄진다. 여기에 수학이 사용되는 것이 의료수학이다"며 "의료현장이라고 표현했지만 포괄적으로 본다면, 치료에 영향 미치는 신약개발과 감염병 확산 예측 모델 등 모든 것이 의료수학의 범주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대표적인 의료수학의 문제를 소개하겠다. 예를 들면, 기존의 의료영상이 있으면 영상처리기법을 통해 추출하는 것과 경동맥을 수학적 연구를 통해 부피 계산을 하는 것이다"며 "의료수학은 데이터를 통해 앞으로 예측하고 이러한 예측에 따라 어떻게 대응하고 치료할지 종합적으로 연구를 수행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의료수학은 단편적 수행하던 것을 통합적으로 시행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의료수학 협동 연구를 통해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했다. 이를테면 CT 영상에 대한 화질 개선에 의료수학을 활용하는 방식이다"며 "병원에서 진단할 때 CT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금속물질이나 저선량 촬영으로 인해 화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질 저하 문제를 하나의 알고리즘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며 "딥러닝에 제안해 해결했다. 특허로도 출원했고 국제 저널에 게재가 승인된 상태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간 섬유화가 진행된 환자의 경우에, 의사는 초음파를 통해 육안으로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한다. 이 과정에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데이터가 적을 때는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그래서 연구소는 의료수학을 활용해 적은 데이터인데도 불구하고 알고리즘이 이를 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내년 해외 학회에 발표하려고 초록을 제출한 상태다"고 말했다.

그는 "비뇨기과에서는 몸에 담석이 생기면 초음파 쇄석술을 시술한다. 많은 환자들이 시술을 언제까지 받아야 하는지 등 성공률을 궁금해 한다. 연구소는 병원과 협업을 통해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연구소에서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의사 선생님들이 활용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외에도 많은 후속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올해 출범해서 1년 만에 이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앞으로 의료수학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부터는 화학물이 인체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 등에 대해 의료수학을 활용한 신약개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감염병 확산 모델에 대한 개발과 시뮬레이션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사진: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수학과 의료수학의 역할과 미래 정책 세미나'.

획기적인 의료의 발전 가져 올 의료수학의 역할

국제성모병원 외과 박용근 교수는 의사가 생각하는 의료현장에서 수학의 역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과거보다 용이해지면서 수학을 이용한 의학의 발전, 즉 의학 수학(medical methematics)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대 의학에서 이용되는 모든 데이터는 수치로 변환돼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의 검사 결과는 모두 수치화된 상태다. 숫자를 통해 환자 상태를 보는 것이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문제는 혈액 검사상 나타나는 백혈구, 혈소판 수치나 혈장 내 알부민 농도 등 과거부터 숫자로 표현됐던 것들 뿐만 아니라, 심전도, 흉부 X-선 촬영 등도 숫자로 표현된다"며 "최근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의료 영상, 병리조직의 판독에서 딥러닝 기술이 적용되는 것도 의학 데이터의 수치화가 선행됐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 이러한 데이터가 질병의 원인 분석 혹은 환자의 진단·예후 평가 등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며 "수치화된 의학 데이터는 제한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간 질환이 있는지 없는지 등 정성적 분석에 상당수 연구가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환자의 상태에 대해 역동적으로 분석 가능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해 데이터가 결국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며 "이러한 고민을 의료수학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지금은 의료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컴퓨터단층촬영은 라돈 변환이라는 수학 이론이 바탕이 됐다. 이는 단순 X-선 영상만을 이용할 때보다 획기적인 진단 기술의 발전을 이룩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각 질병의 발생 원인, 악화 요인 등에 대한 체계적인 수학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면, 의료 현장에서 보다 정확한 진단과 예방, 치료법의 개발이 가능할 수 있다"며 "감염병 확산의 수학적 모델은 1760년 천연두 모델에서 시작됐다. 최근 국내에서는 결핵 확산에 대한 수학적 모델이 제시됐다"고 했다.

박 교수는 "감염병뿐 아니라 피부 봉합 부위에서 창상 치유에 대한 수학 모델이 제시돼 창상 치유의 지연 혹은 과형성 반흔이나 켈로이드 형성에 있어 어떠한 세포 혹은 인자들이 어느 시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어느 시점에 어떤 치료가 상처 부위 합병증의 빈도를 낮출 수 있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근래에는 암 발생 기전·주위 조직 침범·전이에 대한 수학 모델 역시 수립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설명하기 어려웠던 암세포의 특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가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그동안 데이터 수집의 한계로 수학을 활용한 의학적 난제 해결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앞으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과거보다 용이해지면서 수학을 이용한 의학의 발전, 즉 의학 수학(medical methematics)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의사와 수학자가 협업한다면, 지금까지 보다 더 고차원적인 데이터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활용도 기대 큰 의료수학...정부의 전략적 지원 계획에 포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진흥과 이주원 과장은 의료수학, 인공지능, 금융수학 등 산업수학 세 분야에 관해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산업수학 육성방안을 만들었다. 산업수학 육성방안은 수학적 이론과 분석방법을 활용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산업의 연계는 당연한 건데 이는 수준 높은 수학 이론에 대한 연구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우리나라 수학계의 현실을 살펴보면, 지금 현재 수학과 교수는 1000명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 수학과 교수의 80~90%가 순수이론을 많이 연구하고, 나머지는 응용수학이나 산업수학을 연구한다. 산업수학을 위해서는 결국 인력이 필요한데 학교에서 어떻게 인력을 길러낼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연구진흥과에서 지원하는 기초연구사업에서 수학에 대한 지원은 3% 내외다. 돈 많이 드는 과에 비해서 예산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며 "1000여명의 인력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 양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의 역할도 있겠지만 과기부에서는 연구인력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양성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로드맵을 가지고 어떤 인력 자원이 필요한지 전략적 접근법을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에 공개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산업수학에서 필요한 분야 세 가지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려고 한다. 바로 의료수학, 인공지능, 금융수학 등 세 분야다. 수학계에서도 이 세 분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만큼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정책 세미나를 통해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특히 의료수학은 앞으로 역할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인력과 예산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점차 늘려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