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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가 본 미국·캐나다·한국 의료

    존경도, 경제적 안정도 기대할 수 없는 사회

    "두 나라의 단점을 모아놓은 게 아닌지…"

    기사입력시간 15.07.15 07:11 | 최종 업데이트 15.07.20 13:15

    캐나다 밴쿠버에는 예전과 달리 (내가 처음 이민을 왔을 무렵 1990년대) 무덥고 기나긴 여름이 재작년, 작년 그리고 올해 이어졌다.
     
    아침 6시면 벌써 해가 떠 있고 저녁 9시가 훨씬 넘어서야 해가 지는 참으로 기나긴 여름날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야외 활동을 많이 하게 되고 아직 나이 어린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는 게 아빠의 의무다.
     
    오늘의 이야기를 포함해 앞으로 몇 번은 ‘쓴’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고 어떤 분들께는 기분 나쁘게 해석될 수도 있겠다.
     
    한국과 미국, 캐나다 세 나라에서 의학을 배우고 면허 시험을 보고 진료를 하다 느낀 점을 본격적으로 풀어나가려 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목적은 세 나라의 의료체계에 순번을 매기려는 것도 아니요, 어느 특정 제도를 비판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일선에서 의사로서 느낀 바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함이다.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돌리겠다.
     

    공공의료의 문제점



    앞서 잠깐 캐나다의 공공의료 제도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이곳은 우선 가정의학과 의사를 거쳐야지만 모든 일의 해결이 시작되는 것이다.
     
    가벼운 목감기 치료로부터 심각한 암 수술에 이르기까지 '좋은' 가정의를 만나야 일이 술술 풀리게 된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캐나다 의료의 근간(primary care)이기도 하며 시작점(entry point) 역할을 해야할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점점 눈에 띄지 않는다.
     
    나의 가정의도 수 년 전 가정의를 포기하고 피부 미용에 전념하겠노라 선언한 바 많은 교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가정의학과를 선택하는 졸업생들보다는 다른 과 전문의(speciality)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가정의학과 보드를 마치고 나오는 신참 의사들조차 primary care physician(PCP)의 역할보다는 손쉬운 walk-in clinic(사전예약 없이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일하고자 하는 것도 참으로 큰 문제이다.
     
    이러다보니 만성질환, 즉 당뇨, 고혈압, 암, 심혈관계 질환 등에 있어서 의료의 연속성(continuity of care)이 깨지고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떠돌아다니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그나마 이런 병원이라도 대도시는 문제가 덜 크지만 외곽 지역, 의사가 그나마도 없는 지역은 선택의 폭이 응급실로 국한된다.
     
    하지만 매년 높아가는 의료비로 인해 지방 소도시의 응급실은 한시적으로 (낮에만 혹은 아침에만) 열리고 있고 이나마도 매일 북적인다고 한다.
     
    당뇨약 타러 응급실 가는 꼴이 된다.
     
    경쟁을 부추기지 않는 사회, 캐나다 가정의학과의원 및 워크인 클리닉 간에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라 할 수 있겠다.
     
    하루에 50명의 환자에 대한 진료비는 100% 지급하지만 51명부터 65명까지는 그 절반인 50%만 그리고 66명 이상은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엄격한 차등진료제 때문에 대부분의 가정의들이 50명 안팎에서 진료를 접는다.
     
    이러다 보니 더 높은 수준의 진료를 하고 더 깨끗한 병원을 운영하고 더 나은 기계를 도입해 치료하고자 하는 경쟁심 및 동기부여(motivation)가 없다.
     
    그래서 간단한 목감기 환자나 몇 십명 보고, 이미 먹고 있는 약 처방전 재발급이나 하고 간단한 혈액 검사 의뢰를 하는 것이 전부인 클리닉도 존재한다.
     
    이를 모두 나쁘다고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한 명 한 명 최선을 다하고, 많은 시간 동안 환자 진료를 하며, 더 나은 진단기계를 가지고 정확히 진단하려고 하고, 혈액 검사 외에 다른 필요한 검사가 있지는 않은 지 연구하고 공부하는 가정의학과 선생님들에게 더 큰 의료수가가 책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하고자 하다가도 이내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공공의료와 사보험이 공존하는 미국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오바마케어' 홍보에 나선 모습. 유튜브

    미국의 경우는 내가 직접 병원을 개업하고 운영해 본 것이 아니므로 뭐라 더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면서 외래 진료를 매 주 다만 몇 시간이라도 해야 하고 (1년차 첫 달부터), 입원 환자를 돌보는 것보다는 외래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은 가정의학과이었기 때문에 이에 근거해서 말할 수는 있겠다.
     
    한 마디로 말해 미국은 자본주의와 빈민구제가 공존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일 한 만큼 수입은 늘어난다.
     
    혈액검사 및 각종 영상의학과 검사를 의뢰하는 만큼 나의 ‘점수(unit value)’는 올라가며 이것이 곧 수입과 직결된다.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큰 질환을 미리 막는 것도 마찬가지다.
     
    외과 의사에게 의뢰하지 않고 내가 직접 간단한 피부 종괴를 제거하는 것(skin excision)도 수입이다.
     
    즉, 의사가 하는 모든 것이 다 그 개인 혹은 그 의사가 속해 있는 병원의 경제적 이윤이므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그렇다고 또 미국의 의료 사회가 돈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내가 미국에서 3년 간 전공의 진료를 하고 학습하면서 느낀 점은 돈이 한 푼도 없는 사람도 관상동맥 수술이나 백내장 수술이나 인공관절 치환술이나 등등 다 잘 받을 수 있다.
     
    이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액수를 병원에 매년 기부하는 미국의 부자들이 많아서이기도 한 듯 싶다.
     
    일례로 월마트(WalMart)의 창업주인 Sam Walton의 고향 알칸사, 그리고 그 주립병원에는 몇 백만 달러 (우리 돈 약 12억 이상) 매년 기부한다고 했다.
     
    처방약도 월마트에서 사게 되면 1개월 약값이 4달러(원화 5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병원에서 퇴원할 때 물론 병원비 이야기를 듣고 나간다.
     
    그리고 집으로 청구서도 꼬박꼬박 날아간다.
     
    하지만 사회복지사(social worker)를 통해서 의료비 감면 및 전액 무료로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응급실은 또 어떠한가.
     
    정확히 그 법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 법에 의해서 응급실에 발을 들여놓는 모든 환자들은 일단 stable한 상태로 만들어서 퇴원을 시켜야 한다.
     
    환자가 자발적으로 나간다고 할 때도 반드시 그 결정을 번복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득시켰다는 것을 진료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렇지 않고 환자를 퇴원 시켰을 경우 만에 하나라도 생길 수 있는 불행한 결과에 대해서는 그 병원 및 진료에 관여했던 의사들이 모두 커다란 의료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이러한 사태에 대비해 미국의 대형병원에는 위기관리팀(Risk Management)이 있고 이와 관련된 것들도 전공의 수업에 필수 요소이다.
     
    예를 들어 흉통으로 응급실을 찾은 보험이 없는 심지어 미국에 합법적인 체류비자도 없는 사람일지언정, 나중에 청구서를 보내서 못 받을지언정 최소한 의사가 한 번은 봐야하고 심근경색이나 색전증 같은 것은 아닌지 최악의 경우에 대해 모두 기본적인 최소한의 검사 및 조치를 취해서 내보내야 하는 것이 미국의 법 중 하나다.
     
    돈 없고 비자 없는 멕시코 이주 노동자들도 소위 대학병원에 입원해 출산도 하고, 흉부 CT도 찍고, 약도 타고 등등 많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내가 직접 매일매일 접했다.
     
    참으로 놀라웠다.
     
    의료비? 병원비? 그것은 의사가 걱정할 바가 아니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환자가 돈을 못낸다고 해서 혈액검사를 빼거나 교과서적인 근거 중심의 의학을 펼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 전공의 교육 과정 그 어디에도 없다(물론 현실에서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캐나다, 미국 단점 모아놓은 것 같은 한국

    필자는 한국에서 병원을 개업하고, 의료수가를 삭감 당하고, 환자에게 멱살 잡혀보고, 이런 경험 역시 아직 없다(앞으로는 모르겠다, 혹시 내가 은퇴 전에 가게 될 지는).
     
    어찌 보면 캐나다와 미국의 단점만을 (의사들에게) 모아놓은 것이 아니지 않나 싶다.
     
    '경쟁하지 말라' '일 많이 하지 말라'고 하는 캐나다.
     
    간섭 많이 안하고, '경쟁해도 되니 너희들끼리 열심히 해 봐라' '일 많이 해도 되는데 보험회사 말도 들어라'하는 미국. 

    하지만 의사들에 대한 존경이나 경제적 안정성은 뛰어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쟁도 하고, 일도 많이 하고, 보험회사(?) 말도 잘 듣고, 그러나 돈은 많이 벌지 마라' '의사는 되기 어렵고 공부하는 것 많고 시간 투자 많이 해야하는 것 알지만 존경심은 바라지 말고, 사회에 헌신하면서 살되 너희는 너무 잘 살지 말아라'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미국 프랜차이즈 커피 6천원 짜리는 하루에도 몇 잔 마시면서, 의사 진단서 발급 2만원은 아까워하고 '겨우 종이 쪼가리 하나 가지고...'라고 하는 사람들 많지만 의사는 그 종이 쪼가리 하나 쓰기 위해서 십 수년을 밤새워 공부하고 병원에서 외롭게 당직 서고, 집에서 가족들이 희생했다는 점을 생각해 주지 않는 사회.
     
    그것이 우리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 드디어 오늘의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1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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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희 (doctorsuh@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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