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2.02 14:23최종 업데이트 16.05.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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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진료 싫어 선택한 길…속 편하다"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에 개원한 유승일 원장

처음이나 마지막이 대부분인 환자들. 멀미가 심해 주사를 놔주면 “요즘은 약국에서 주사도 직접 맞히나요?”라고 묻기도 하는 곳.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안성휴게소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다.

안성휴게소 좌측에 컨테이너를 개조해 2012년 말부터 진료를 시작한 ‘안성맞춤의원(원장 유승일·40). 고속도로 휴게소에 약국이 개설된 곳은 적지 않지만 의원은 이 곳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그러다 보니 환자도, 유 원장도 당황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유 원장은 "약국인줄 알고 들어오는 환자가 대부분"이라면서 "해열제를 사러 왔다가 의사가 있으니까 진료를 받고 가기 일쑤"라고 말했다.
 

심지어 멀미가 심한 노인환자에게 주사를 놔줬더니 문을 나서면서 "요즘에는 약국에서 이런 것도 하나요?"라며 의아해 할 정도라고 한다. 
 

실제 기자가 취재하던 중 한 환자는 병원 문을 조심스럽게 열더니 "여기가 약국인가요?"라고 물었다. 
 

안성맞춤의원을 찾는 환자는 평일 20여명, 주말 30여명 정도. 개원 초기 때보다 환자가 다소 늘긴 했지만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하루 10여명은 더 봐야 한다.

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 의료기관이 있겠어?'라는 인식 탓인지 환자 증가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그는 왜 하필 고속도로 휴게소 의원이라는 것을 생각한 것일까?
 

유 원장은 안성맞춤의원을 열기 전 경기도 포천에서 나름 성공한 개원의였다.
 

그는 경찰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자마자 포천에서 의원을 개원, 많게는 하루 250명까지 진료할 정도로 안착했다.   
 

그러나 2년여 후 개원을 접기로 결심했다. 
 

그는 "환자가 너무 많다 보니 지치고,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진료, 턱없이 비싼 임대료 요구, 정부 규제 등에 염증이 생겼고, 남들처럼 객관식 문제만 풀고 있다는 느낌이 싫었다"고 전했다.    
 

그 때 문득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형마트, 카페, 약국 다 입점하는데 왜 의원은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개원해보니 뭐가 좋은지 물었다.

 

"매일 반복되는 삶에 염증…객관식 문제만 풀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일반 병의원에서는 환자가 갑이지만 여기는 다르다"면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보니 의사가 갑"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응급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종종 감사전화를 할 때면 보람도 있다.
 

또 그는 "비록 매출은 적지만 임대료가 비싸지 않아 오히려 수익률이 높고, 봉직의와 달리 눈치 볼 일이 없어 맘껏 소신진료할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유 원장은 무엇보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이라는 점을 최고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의원에서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 받는다.
 

반면 이 곳은 분업 예외지역이다 보니 환자들은 안성맞춤의원에서 약까지 타 갈 수 있고, 의사 입장에서는 전문약이든, 일반약이든, 건강보험 급여약제든, 비급여약제든 처방과 조제를 겸할 수 있다.   
 

유 원장은 "약사와 달리 의사는 조제료를 청구할 수 없어 별도의 수입이 발생하진 않지만 환자들은 낯설어하면서도 약값 부담이 줄고, 편리하니까 흡족해 한다"면서 "내가 로비 해서 의약분업 예외로 운영한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국 조제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지 않느냐"면서 "국민들의 정서와도 잘 맞는 선택분업을 추진할 때가 됐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포천에서 처음 개원해 환자를 많이 볼 때는 낙이 없었는데 여기는 드문드문 오니까 눈물 나게 반갑고, 가급적 길게 진료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오히려 환자들이 바쁘다고 빨리 나가려고 한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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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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