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 취소소송을 제기했던 용산구 한남파라곤(옛 한남연립) 야간 전경.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정부가 재건축부담금 관련 기준을 개정하는 등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의 본격 시행에 나선다. 5년 간의 유예기간과 헌법소원 등 법적 걸림돌이 모두 사라진 만큼 관련 법령을 정비해 올해부터 다시 적극적 징수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부담금의 국가 귀속분(50%)의 지방자치단체 배분 평가 지표를 현실화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법 시행령' 개정안이 8일 국무회의를 통과헀다고 이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의 재건축부담금 제도에 대한 합헌 결정으로 재건축부담금 징수가 올해부터 본격화됨에 따라 평가지표를 현실에 맞게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소송을 거치면서 지연됐던 재건축부담금 부과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기존의 재건축부담금 부과대상 단지는 총 5곳으로 모두 서울 지역이다. 총 22억4135만원이 부과됐다. 하지만 이 중 17억1873만원의 부담금이 부과된 용산구 한남동 한남연립(현 한남파라곤)과 4억3117만원이 부과된 강남구 청담동 두산연립(현 청담e편한세상 3차) 조합은 부담금을 내지 않고 소송전을 펼쳐왔다. 지난해 헌재의 재건축부담금 합헌 결정도 한남연립 조합이 2014년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이뤄진 결정이다.
이미 부담금을 완납한 중랑구 묵동 정풍연립(현 효산센터빌)과 면목동 우성연립(현 대명미르테), 송파구 풍납동 이화연립(현 삼성월드빌) 등은 조합원 1인당 평균 부과액이 34만~352만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한남연립의 경우 1인당 평균 5544만원에 달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시행됐다.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환수해 개발 이익의 사유화를 방지함으로써 주택 가격의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2012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5년 간 적용이 유예됐다. 유예기간이 끝난 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건축단지는 모두 부담금 부과 대상이 된다.
부담금은 사업 종료시점의 주택가액에서 개시시점의 주택가액, 정상주택가격상승분(정기예금이자율 또는 평균주택가격상승율) 총액, 개발비용을 제한 금액에 부과율을 곱해 산정된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 이하일 경우 면제된다. 반면 평균 이익이 1억1000만원을 넘어설 경우 최대 50%까지도 부과율이 누진된다.
이번에 개정된 시행령은 환수된 재건축부담금 중 국가에 주택도시기금으로 귀속되는 50%의 재분배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환수된 부담금은 두 차례에 걸쳐 지자체에 배분된다. 1차적으로 50%가 국가에 귀속되고, 나머지 50% 중 20%는 해당 광역지자체, 30%는 해당 기초지자체에 분배된다. 특별지자체인 세종·제주는 1차 귀속분을 모두 광역지자체가 가져간다.
이어 국가에 귀속된 50%는 이듬해에 다시 평가를 통해 광역·기초 지자체에 절반씩 나눠 분배된다. 앞서 부과돼 환수된 금액 중 4500만원도 2015년 인천시와 경기 성남시에 각각 2250만원씩 분배된 바 있다. 지자체에 배부된 재건축부담금은 임대주택 건설·매입경비 및 관리비, 정비사업 시행자에 대한 보조금 및 융자금 지원,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 도시재생 사업비 등에 활용된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2차 귀속분 분배의 평가항목을 조정하고 세부 지표를 구체화했다. 기존에는 지자체 공모를 통해 지자체의 ▲주거기반시설 설치 수준(20%) ▲주거복지실태 평가결과(20%) ▲주거복지 증진노력(20%) ▲공공주택 사업실적(25%) ▲재건축부담금 활용실적 및 운용계획(15%) 등 5개 항목을 평가해 부담금을 배분해왔다.
하지만 주거복지 증진노력 항목과 공공주택 사업실적이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공공주택 실적을 주거복지 증진노력 항목으로 통합하고 해당 항목의 비중을 가장 높은 45%로 설정했다. 이외에도 주거복지 강화를 위해 주거복지 실태 평가결과의 비중도 기존 20%에서 30%로 늘렸다. 주거급여 수급 비율, 주택보급률,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 비율 등이 평가지표다.
반면 지자체별 주거기반시설의 설치 수준은 기존 20%에서 10%로 줄어들었다. 부담금 활용실적 및 운용계획은 지자체별 정책추진 기반조성 노력으로 항목을 변경해 15%로 비중이 늘었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오는 15일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재건축 부담금 국가 귀속분의 지자체 배분을 위한 평가 시 새로 개정된 기준들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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