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정부가 '패닉바잉(공포 매수)'을 잠재우기 위해 2년 간 6만가구에 달하는 사전청약 물량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알짜' 물량은 아직 사전청약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2022년으로 다소 밀렸다. 정부가 사전 청약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 등 각종 난관이 버티고 있는 만큼 실제 계획대로 사전청약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8·4 공급 대책의 핵심지 중 하나로 1만가구 공급이 예정된 태릉골프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2일 열린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사전청약 대상지 중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번에 발표된 사전청약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홍 부총리는 8일 열린 '제5차 관계장관회의'에서 "태릉골프장은 내년 상반기 교통대책 수립 후, 과천청사 부지는 청사활용계획 수립 후, 캠프킴은 미군 반환 후 구체적인 사전청약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도 면허시험장 이전계획 확정 등의 절차를 거친 후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서울 핵심지역으로의 접근성이 3기 신도시보다도 높아 최근 공급대책에서 가장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핵심 입지들은 모두 일단 발표가 밀린 셈이다.
캠프킴은 용산구 남영역과 삼각지역 인근에 위치해 있고,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는 공동주택이 들어설 경우 정부과천청사역과 맞닿아 있는 초역세권 단지가 된다. 태릉골프장도 서울 시내에 공급되는 유휴부지 활용 공동주택 중 가장 규모가 큰 1만 가구가 계획됐고, 서부면허시험장 역시 상암DMC 등과 인접해 있어 주거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하지만 과천청사 유휴부지는 현재 김종천 과천시장을 필두로 지역 정·관·민이 모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고 태릉골프장, 서부면허시험장 등도 모두 지역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태릉·과천 등은 관련 계획이 수립돼야 본청약 시기 예측이 가능하다"고 이번 계획에서 제외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1차 공급인 내년 하반기 물량에 포함시키는 게 목표"라며 "지역주민 반발은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37만가구 공급의 가시적 시작점으로 사전청약 물량을 내놓는 것인만큼 계획대로 공급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모았을 것"이라며 "계획이 어그러질 우려가 있는 곳은 최대한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체 물량을 기준으로는 내년과 2022년 모두 같은 수준인 3만가구 공급이 예정됐지만 알짜 물량은 2022년에 쏠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년의 경우 서울 시내 사전청약 물량은 노량진역 인근 군부지 200가구뿐이다. 실질적 서울권인 위례(300가구)와 남태령 군부지(300가구)를 포함하더라도 800가구에 그친다.
반면 2022년에는 정부의 최근 공급계획 중 가장 핵심 입지로 평가받는 용산정비창(3000가구)을 포함해 고덕강일(500가구), 강서(300가구), 마곡(200가구), 은평(100가구) 등 서울 시내 물량만 4300가구가 쏟아진다.

3기 신도시 공급 예정 물량도 내년 하반기에 비해 2022년 상반기가 더 공급량이 많다.
내년 하반기에는 남양주왕숙(3900가구), 고양창릉(1600가구), 하남교산(1100가구) 등 총 9700가구가 예정됐다. 미니신도시인 과천과천(1800가구)을 합쳐야 1만가구를 넘어선다.
반면 2022년 상반기에는 남양주왕숙(5000가구), 고양창릉(2500가구), 하남교산(2500가구) 등 보다 물량이 늘어나 1만2500가구의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이 배정됐다.
다만 정부의 장밋빛 계획이 확실히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최대한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는 지역들을 선별한 상황이지만 과거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중 하남미사지구의 경우 토지보상 갈등 등 문제로 사전청약 후 3년 후에야 본청약이 이뤄진 사례 등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사전청약 일정은 추진 과정에서 변동 가능하다"며 2022년 하반기로 예정된 용산정비창 부지 사전청약도 변동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