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중저가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서울 집값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하고 있다. 규제의 중점 타깃이 된 강남권 등의 고가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그나마 저렴했던 하위 20%의 저가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주거환경만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KB국민은행의 KB월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 하위 20% 아파트값은 지난 1월 3억7467만원에서 지난달 4억3076만원으로 7개월만에 14.97% 올랐다. 상위 20% 아파트값이 같은 기간 17억8446만원에서 18억8160만원으로 5.4% 오른 것에 비해 2.77배나 높은 상승률이다.
올해 서울 하위 20% 아파트값 상승폭은 예년과 비교해도 가파르다. 지난해에는 1877만원 올랐지만 올해는 7개월 만에 그 두배를 훌쩍 뛰어넘는 5609만원이 뛰었다. 하위 40% 집값도 지난 2월 6억원 선을 돌파했으며, 8월 6억8788만원으로 7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상위 60% 집값은 대출 제한 기준선인 9억원선에 근접한 8억7097만원을 기록 중이다.
한국감정원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조사를 살펴봐도 결과는 비슷하다. 하위 20% 평균 아파트값이 지난 1월 2억9715만원에서 지난달 3억336만원으로 2.08% 오르는 동안, 상위 20% 매맷값은 18억1068만원에서 18억354만원으로 오히려 0.39% 하락했다. 감정원 통계는 통상 민간통계에 비해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지만 중저가의 상승세는 뚜렷했다.
중저가 단지가 올해 크게 오른 것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 여파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세 부담과 대출제한을 강화하면서 유동자금이 중저가 단지로 크게 쏠린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젊은층에 불리한 청약제도 탓에 내집마련이 더욱 힘들어진 30대가 서울 외곽 등을 중심으로 '패닉바잉(공황매수)'에 나선 것도 집값을 끌어올렸다.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노원구 상계동의 상계주공 6단지 58.01㎡는 연초만 해도 주로 5억원 초중반대에 가격이 형성됐지만 지난달 14일 7억1400만원에 거래되며 1억5000만원 정도 올랐다.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84.77㎡는 지난달 8일 11억900만원에, 건영3차 84.9㎡는 지난 7월15일 10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이에 따라 상위 20% 평균가격을 하위 20% 평균가격으로 나눈 5분위배율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5분위배율은 통상 주거양극화를 보여주는 지수이기 때문에 낮을수록 긍정적이지만 서울의 경우 중저가 아파트값이 고가단지에 비해 더 크게 오르면서 지수가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주거안정 효과로 보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예비 신혼부부인 A씨는 "외곽도 집값이 너무 올라 호재가 없는 노후 주택이 아니면 신혼집 마련이 어렵다"며 "전셋값도 크게 뛰어 답답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노원구와 강서구 등에선 평균가격이 5억~6억원대의 아파트는 최고가가 경신되고 있는데 매수자는 대부분 실거주자"라며 "다만 강남권 등 고가단지에선 가격이 확실히 주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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