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신혼부부ㆍ생애최초 특별공급도 넘사벽(넘을 수 없는 장벽).'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한다는 뜻)'해서 집 사지 말고 분양을 기다리라"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3기 신도시나 태릉골프장 등 8ㆍ4 공급대책을 통해 나올 공급물량을 분양받는 게 낫다는 취지지만 젊은 층 사이에서는 "청약 자격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1일 국회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지금 당장 영끌을 해서 집을 사는 것보다 공급될 물량을 기다렸다가 분양받는 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청약자격 때문에 30대에게는 분양을 통한 내집마련이 여전히 좁은 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청약시장에서 30대가 소외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최근 민영주택에도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신설했다.
또 신혼부부의 특별공급 기회 확대를 위해 소득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민영주택에선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20%(맞벌이는 130%) 이하인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을 주고 있다. 완화안은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가 분양가 6억원 이상 신혼희망타운이나 민영주택을 청약할 때는 130%(맞벌이는 140%)까지 10%포인트 높였다.
하지만 일부 소득요건 완화에도 청약 당첨 기회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2인 가구 기준, 소득기준(140%)은 월 613만원(연봉으로 환산하면 7356만원)인데 대졸 맞벌이 부부의 월평균 소득은 대부분 이를 넘는다. 중견기업이라도 마찬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19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중견기업 대졸 신입사원이라도 연봉 평균은 3282만원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주택구매 여력이 있는 30대 맞벌이 부부는 소득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최근 서울 강북구 미아동 S아파트를 매수한 맞벌이 부부 A씨는 "청약 당첨이 가능하면 기다리지 안 기다리겠느냐"면서 "집값이 너무 오르니 구축(오래된 집)이라도 빚지고 사서 내집 마련하려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1인 가구의 경우 아예 청약을 통한 내집마련은 불가능하다. 생애최초 특별공급 자체가 '혼인 중이거나 미혼인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첨제 분양이 그나마 유일한 방법이지만 전용 85㎡ 이하 중소형은 전량 가점제여서 당첨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 리얼투데이가 올해 7, 8월 서울에서 분양한 12개 단지의 당첨 최저가점(커트라인)을 분석한 결과 평균 62.7점으로 집계됐다. 부양가족 수 2명(15점)을 기준으로 무주택 10년 이상(2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채워도 54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30대의 서울 청약 당첨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 상황이다.
30대 후반의 독신인 B씨는 "중소형은 추첨제 물량이 아예 없다"며 "물량을 아무리 늘리고 소득 조건을 완화해도 1인 가구는 청약을 통해 내집마련할 방법이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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