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2.28 13:36

‘선당첨 후고민’?…2030 청약은 ‘선당’도 ‘후곰’도 어렵다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이번에 서울에서 추첨제로 분양되는 매물 경쟁률을 보면서 주택 청약은 소용없다는 걸 느끼네요. 청약통장에 돈을 붓느니 주식 투자로 자금을 모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청약통장 미가입자 박모씨(26))
청약통장 가입을 안 하는 2030대 청년층이 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의 30%를 미혼·무자녀 가구도 당첨할 수 있도록 개편했지만 수천 대 1인 ‘로또급’ 경쟁률과 고액 계약금에 청약을 통한 내집 마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2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과 12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수는 각각 전월대비 646명, 7852명 감소했다. 전월대비 가입자수가 감소한 것은 201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6235만865명)는 전월 대비 51명 소폭 증가했지만 1년 전 가입자 수가 직전달에 비해 1만5240명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적은 입주물량과 높은 경쟁률이 청년들의 청약 당첨 희망을 앗아가는 대표적 이유다. 지난 24일 청약 접수를 끝낸 서울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는 10가구를 생애최초 특별공급으로 분양했다. 한정된 물량에 많은 인원이 몰리며 6가구를 공급한 전용면적 59㎡ 물량의 경우 무려 21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각각 2가구씩 공급한 49㎡, 56㎡ 물량 역시 각각 671.5대 1, 534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여기에 계약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추첨제 청약접수 실효성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청약 당첨 발표가 나면 통상 2주 안팎으로 분양가의 10~2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계약 체결일까지 마련해야 한다. 분양 직전 내야하는 잔금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계약금의 경우 마땅한 대출상품이 부족해 자기 자본 없이는 선뜻 청약 신청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의 경우 다음달 3일 당첨발표 날로부터 2개월 안에 최대 1억3420만원(전용면적 59㎡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생애최초 특공에 접수했다고 밝힌 이모씨(27)는 "사회초년생이라 신용대출도 어려워 당첨이 되더라도 어떻게 계약금을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사실상 당첨 기회를 날리는 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정된 파이의 분양 물량을 떼서 청년들에게 공급한 격이라 높은 경쟁률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청약 신청 기회가 주어진 것과는 별개로 청약 혜택은 고액 계약금을 지불할 능력이 충분한 청년들에게 한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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