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문제원 기자] "원래 매물이 적었지만 지금은 아예 없어요. 급하다 보니 백만원이 훌쩍 넘는 월세라도 내겠다는 세입자도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시행되고 한달이 지났지만 시장의 혼란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대란은 경기도로 번져가는 분위기다. 전ㆍ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2법'으로 시중의 임대차 매물이 급감한데다 전세의 월세전환이 잇따르면서 세입자들이 주거불안이 커지고 있다.
서울, 반토막난 신규 전세…반전세도 급증 임대차2법 시행 후 한달만에 서울 전ㆍ월세 거래는 반토막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들어 30일까지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은 6078건이다. 지난달 거래량이 1만160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7.6% 감소한 것이다. 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임대차2법 시행 후 기존 세입자들의 계약갱신청구가 잇따르면서 시중에 나올 수 있는 신규 임대차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게 시장이 진단이다.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가격도 뛰고 있다. KB국민은행의 8월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5억1011만원으로, 사상 처음 5억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전세의 월세전환이 이어지면서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반전세 비중은 14.3%(868건)까지 늘었다. 지난달(10.1%)과 비교하면 4.2%포인트, 6월보다는 4.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 삼성아파트 97.35㎡(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13일 보증금 7억5000만원, 월세 13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4일에는 보증금 8억5000만원, 월세 140만원으로 뛰었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84.8㎡의 보증금 6억원짜리 월세가 지난달 말 90만원이었지만 이달 20일에는 140만원까지 치솟았다.
경기도로 번져간 전세난서울의 전세난은 경기도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의 전세가격전망지수는 이달 132.9를 기록하며 해당 통계의 집계를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 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산출되며, 100을 넘을수록 향후 전셋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서울(140.2)과 세종(151.8)에 이어 세번째로 지수가 높았다.
서울시계에 위치한 일부 지역은 매물도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가)의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달 31일 입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한달간 성남시 분당구는 전세매물이 86.6% 줄어들며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광명시(-69.5%), 고양시 일산서구(-65.3%), 구리시(-64.5%)에서도 매물이 70% 가까이 줄었다.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써밋플레이스 84.8㎡는 지난 7일 보증금 5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임대차2법 시행 직전에 비해 1억원이 올랐다. 평택시 동삭동 평택센트럴자이 1단지 72.6㎡는 올초 1억7000만원이었던 전세가가 이달에는 2억3000만원으로 6000만원 오르는 등 수도권 외곽지역 전세 시장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년부터는 상당수 물량이 전월세상한제에 묶이기 때문에 강제적인 안정은 일부 가능해보인다"면서도 "임대차 시장의 매물이 확인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세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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