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2.17 13:21

4000만원 오른 전셋값...청년 전세대출 ‘배짱 올려받기’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중기청 대출)을 받아 1억원 이하 전셋집을 구하러 다니던 20대 직장인 A씨(26). 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5곳을 돌아다녔지만 전세 매물은 3개밖에 찾을 수 없었다. 그마저도 4~5평, 반지하 등 주거 품질이 떨어지는 집들 뿐이었다. "예전엔 7000만원에 거래되던 집이 청년 대출 지원을 받은 세입자를 받으면서 가격을 1억원으로 올렸다"는 공인 관계자의 말을 들은 A씨는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청년들을 상대로 한 전셋값 올려받기 꼼수가 성행하고 있다. 최근 각종 청년 지원 제도를 통해 최대 1억원을 대출받아 전세를 구하러 다니는 청년들이 많은데, 이를 노린 임대인들이 ‘대출 한도액’까지 전셋값을 올리는 방식이다.
청년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출시된 중기청 대출은 최대 1억원을 연 1.2%의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어 2020년에만 9만 명 이상이 이 대출을 이용했다. 중기청 대출 외에도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연 1.8%~2.4%, 최대 7000만원) ▲카카오뱅크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연 2%대, 최대 1억원) 등이 비슷한 상품이 여럿 있다. 청년들이 1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한 임대인들이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올려받는 배짱을 부리는 것이다. 전세 물건이 귀하다보니 청년들은 애초 계획보다 더 많은 금액을 대출받아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계약에 응할 수 밖에 없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공인은 "매물이 많이 없다보니 높은 가격에도 금방 거래된다"고 말했다. 1인가구가 많이 모여 사는 서울 신림동 공인 관계자도 "원래 시세대로라면 500만원 정도 올릴 수 있던 전셋집이 청년 세입자를 받기로 하면서 4000만원 높게 계약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되레 전셋값을 올리고 청년들의 주거 질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수요가 결국 전셋값 견인 요인이 된 격”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주거 품질이 개선되는 게 아니라 전셋값만 올라 세입자에게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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