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를 보고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했습니다. 주민과는 아무런 소통이 없었어요."(유귀범 구룡마을주민자치회장)
서울 강남의 마지막 무허가 판자촌이자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에 1만2000가구가 들어선다는 여당발(發) 공약에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구룡마을은 개발계획이 1990년대에 처음 나왔지만 첫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곳이다. 거주민과 토지주, 서울시와 강남구 등 이해당사자 간 개발 방식과 보상안 등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거주민 이주는 구룡마을 개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유 회장은 "입주권을 주겠다고 했지만 저희가 파악하기로 현행법상 입주권은 줄 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여당의 공약 내용에 의문을 드러냈다.
그는 "통상적인 개발 방식이 적용되면 분양가는 평당 5000만원을 넘나들 수 있다"며 "주민들은 그 돈 내고 입주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지만 받아 주민들이 지역주택조합 등의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하면 평당 2000만원으로도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구룡마을 개발 사업 주체인 서울시와 SH공사 측과도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룡마을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만큼 개발 관련 협의 요청이라면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했다. SH공사 관계자도 "사전에 논의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공약 차원의 발표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방통행식 발표를 공수표 남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용적률 500%로 고밀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거주민과 토지주들이 찬성할지는 의문"이라면서 "태릉과 과천, 용산정비창 등에서처럼 주민 반발로 사업계획이 틀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2020년 ‘8·4 대책’을 통해 정부과천청사와 태릉골프장 등에 주택을 대량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주민 반대 등으로 무산·축소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집권할 경우 구룡마을을 공공 개발해 주택 1만2000가구를 공급하고 이 중 5000가구를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반값 이하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임대주택에 대한 주민의 우려나 반감에 대해선 "공공 임대주택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의 최고급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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