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2.14 13:30

거래는 뚝, 금리는 쑥…밤잠 설치는 탈서울 영끌족




30대 A씨는 지난해 3월 전세살이를 청산하고 인천시 연수구 아파트를 5억2000만원에 샀다. 주택담보대출과 아내의 신용대출을 합쳐 대출만 3억2000만원이었다. 맞벌이 소득을 고려해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왔지만, 매수 이후 인근 단지를 포함해 거의 매월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버텼다. 그러다 최근 들어 거래 알람이 뜸해지더니 하락거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금리인상으로 원리금 월 상환액도 80만원대에서 100만원에 육박하게 되자 이제는 밤잠을 설치는 상황이 됐다.
부동산 거래절벽과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시장 ‘패닉바잉’을 주도해온 2030 영끌족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세 하락장이 현실화할 경우 그 중에서도 경기·인천 영끌족이 특히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은 지난해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다. 2020년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영끌족이 이들 지역으로 대거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한 영향이다.
지난해 내내 집값이 오르면서 이들의 과감한 영끌은 성공한 투자로 평가받는 듯했으나, 최근 집값 하락과 그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해 불과 1년 새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만 해도 3~4%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6%(고정금리)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며 연내 7%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대출금리 1%포인트 상승으로 대출자 1인당 이자부담이 평균 64만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리금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자산가치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월 첫째주 수도권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0.02%를 기록했다. 2019년 7월 이후 2년 4개월여 만의 하락 전환이었다. KB통계(2월 7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주간 하락률 상위 10곳 중 7곳이 경기권이었다. 매주 쌓여가는 매물 추이는 하락세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만7600여건 수준이던 인천의 아파트 매물은 2월 반년 새 2만9000여건으로 늘어나며 64.1% 급증했다. 경기도 같은 기간 8만9200여건에서 13만3000여건으로 약 49% 늘었다. 매물생존일 또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매물생존일은 부동산 물건이 온라인상에 등록된 이후 거래 등으로 사라질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그만큼 매물이 소화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플랫폼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22~23일 수준이던 경기도 아파트 매매물건의 생존일은 2월 들어 28.8일, 인천은 20~22일에서 2월 28.7일로 모두 일주일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와 같은 집값 폭등세보다는 완만한 상승 또는 약보합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출 비중을 줄이는 등 상환 계획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하락장이 본격화할 경우 그 영향은 서울보다는 그 외곽지역이 먼저 크게 받게 된다"면서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추가적으로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대한 이자부담을 줄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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