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황서율 기자] "요새는 경매로도 집 사기가 부담스러워요. 경기도 안 좋고 세금도 높다보니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만한 물건을 찾기 어렵네요."(법인 투자자 40대 이모씨)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서울 주택 경매 시장에서도 관망세가 커지는 분위기다. 연이은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강화로 매수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오전 찾은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남부지방법원 경매법정에는 100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좌석이 부족해 자리를 찾지 못하고 서서 경매 과정을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입찰이 마감될 때까지 응찰에 나선 이들은 39명에 불과했다. 이날 경매로 나온 물건은 총 48건으로 이 중 다세대주택·아파트 등 주택은 41건에 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최소매각가가 감정가의 40~60%에 불과해 진입장벽이 낮았음에도 결국 단 10건만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부동산 경매 시장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했지만 최근 들어 아파트·빌라 가릴 것 없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9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지난해 8월 77.4%까지 치솟았지만 지난달에는 48.6%로 하락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을 나타내는 낙찰가율도 지난해 10월 역대 최고치인 119.9%를 기록한 후 지난달 103.1%까지 떨어졌다.
서울 빌라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9월 평균 낙찰가율이 97.9%로 집계되며 13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지난달에는 92.1%로 마무리됐다. 서울 빌라 경매시장 응찰자 수도 지난해 11월 427명에서 지난달 240명으로 두 달 새 187명(43.7%) 감소했다. 낙찰률도 지난해 9월(31.4%) 이후 지난해 12월 22.5%, 지난달 23.1%로 떨어져 두 달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개발호재를 노리는 투자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서며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중저가 주택은 가격대가 낮아 대출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상대적으로 실거주 수요는 여전히 양호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시제 경매 참가자 사이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경매에 참석한 40대 남성 이모씨는 "일반 주택은 다주택자 세금이 부담돼 최근에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가로 투자 방향을 바꿨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50대 투자자 A씨는 "투자할 수 있는 주택 물건을 보기 위해 오늘 세 번째 경매법정을 찾았다"며 "딱히 눈길이 가는 물건이 없어 응찰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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