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서울 전·월세시장에서 수백만 원대 고액월세 비중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임대차 3법 이후 월세 비중이 늘어난 데다 집주인의 세 부담 전가, 대출규제 등이 맞물리며 월세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시장에서 월 임대료 300만원이 넘는 고액월세 비중은 1.31%로 집계됐다. 총 18만9440건의 전·월세 거래 중 2500건이 이에 해당됐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오른 규모다. 2019년까지만 해도 월 300만원 이상 고액월세 거래는 938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1%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0년 1469건으로, 0.75%까지 늘었고 지난해 증가폭을 더 키웠다. 특히 지난해 12월 고액월세 비중은 평균을 웃도는 1.53%로, 하반기 들어 이 같은 현상이 더 강해졌다.
이는 개별 사례로도 확인된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2단지 전용면적 84㎡는 2019년 ‘보증금 1억원, 월세 19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이후 2020년 월세가격이 230만원으로 올랐고, 지난해 10월에는 3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2년 사이 보증금이 1억원으로 유지되는 동안 월세가격만 110만원이 오른 것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200만원을 넘는 월세는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월 300만원 이상 거래가 4건에 달했다.
이 같은 고액월세 증가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신규 거래된 전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규 거래 시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거나, 월세를 더 높이는 식으로 대응해 온 것이다. 그런 데다 하반기 들어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임차인들도 월세 매물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셋값은 크게 올랐는데 대출은 어렵고 금리도 인상되면서 월세를 낀 매물을 찾는 세입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월세로의 이동이 강화되면서 가격이 점차 올라갔고 고액월세 비중도 덩달아 확대되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세 부담을 줄이려는 집주인과 좋은 여건에 살고 싶은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입지가 좋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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