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낮은 취득세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는 모양새다.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이 하락하며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국 단일 아파트 단지 중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 주은청설아파트는 지난해 511건 거래됐다. 총 2295가구 규모 단지로 한 해 동안 4채 중 한 채 꼴로 주인이 바뀐 셈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높이면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은 예외규정을 두자 정부 규제를 피하려는 외지인 소액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거래가 집중된 탓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공시가 1억원 미만 단지들도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가격급등 피로감과 대선을 앞둔 관망세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도 하락하는 모습이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주은청설 아파트의 지난달 거래량은 7건에 그쳤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매달 평균 거래량이 49건에 달한 것과는 180도 바뀐 분위기다.

이 단지 39㎡(전용면적)는 지난해 12월 최저 1억500만원에 실거래되는 사례가 나오며 가격도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 평형의 지난해 9월 최고가인 1억7500만원보다 7000만원이나 떨어진 가격이다.
지난해 거래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인근의 주은풍림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단지도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매달 평균 거래량은 48건에 달했지만 11월에는 11건, 12월·1월에는 각각 8건·14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아파트 39㎡도 지난달 10일 최저가인 1억900만원에 손바뀜되며 지난해 9월 최고가인 1억5000만원보다 4000만원 넘게 값이 내려갔다.
매매가 웃도는 전세가… ‘깡통전세’ 우려도
매매가가 떨어지면서 전셋값이 집값을 추월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은청설 39㎡는 지난달 1억2000만원에 5건의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이는 해당 평형의 최저 매매가보다 1000만원 이상 높다. 주은풍림 39㎡도 지난 3일 1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됐다. 이는 최근 두 달 새 성사된 해당평형 매매계약 7건 중 5건보다 높은 가격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양도취득세 완화로 인기를 끌던 공시가 1억 미만 단지도 최근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주춤하는 모습”이라며 “자칫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갈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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