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C현대산업개발이 파격적 조건을 내걸어 경기 안양시 관양현대 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에 성공했지만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 사고로 고강도 행정처분을 받을 위기에 놓인 회사 측이 기사회생을 위해 적자 수주를 감내하는 수준의 조건을 건 게 되레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건설·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지난 5일 오후 열린 안양시 관양현대 아파트 재건축 정비조합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 투표에서 총 959표 가운데 509표를 얻어 롯데건설을 꺾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추정 공사비가 4200억원에 달하는 이 사업에 현산은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전까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지만 사고 이후 조합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수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마저 나타나며 현산이 코너 끝까지 몰리는 분위기였으나, 유병규 대표가 자필 사과문을 보내는 등 총력전을 펼치며 기사회생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산은 이번 수주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평당 분양가 4800만원 보장, 조합원 사업추진비(이사비 등) 가구당 7000만원 지급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수주가 불가피할 정도의 제안"이라면서 "타 사업장 등에서 동일한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행정처분 리스크도 여전하다. 부실시공 논란에 정부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페널티를 예고한 상태다.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등 고강도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HDC그룹 전체가 휘청일 수도 있다. 한편 관양현대는 현재 지상 최고 15층, 12개 동, 904가구에서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2층, 15개 동, 1305가구로 변모할 예정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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