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서울에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의 아파트 매매량 추월 현상이 1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잘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대출규제, 아파트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해 빌라로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3일 서울시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빌라 매매량은 1449건으로 아파트 매매(537건)의 약 2.7배에 달했다. 거래 신고 기한이 30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 건수가 변동될 가능성이 크지만 빌라 매매가 아파트보다 많은 추세는 여전할 전망이다.
통상 서울에서 아파트 거래량은 빌라보다 많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격 급등, 대출 규제, 세금 강화 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문턱이 높아졌고 아파트보다 저렴하고 규제가 적은 빌라로 눈 돌리는 수요자가 늘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5669만원인 반면 빌라 평균 값은 3억4559만원이었다.
가격 차와 규제 때문에 빌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점은 한국부동산원 통계로도 나타난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신고일자기준) 서울 전체 주택 매매 가운데 58.5%가 빌라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월별 역대 최고치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양천구가 78.3%로 가장 높았고 송파구(77.2%)와 강서구(74.5%) 등의 순으로 빌라 비중이 높았다. 이들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을 한 10명 중 7명이 빌라를 산 셈이다. 아파트 수요가 빌라로 옮겨가면서 빌라 매매량이 아파트 매매량을 앞지르는 현장은 13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빌라시장의 호경기 때문은 아니다. 빌라와 아파트 모두 거래절벽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빌라 거래량은 지난해 5월(6024건) 이후 8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량 감소폭은 더 가파르다. 서울 아파트 매매의 경우 지난해 7월(4703건)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다. 하지만 서울 빌라 거래량 감소 속도가 아파트보다 더뎌 빌라 매매량이 아파트 매매보다 많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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