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지난해 외국인의 국내주식투자 자금 순유출 규모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주식 투자보다 밖으로 챙겨나간 자금이 훨씬 많았다는 뜻이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인 돈줄죄기 영향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긴축이 본격화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자금 순유출 규모는 211억3000만달러로, 2008년(-354억9000만달러) 이후 최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초 코스피지수는 3000을 돌파할 정도로 ‘불장’이 연출됐음에도 외국인들은 차익실현 등을 이유로 자금을 뺀 것이다. 2020년에도 182억4000만달러가 순유출되면서 2년 연속 같은 흐름을 보였다. 이 역시 2007~2008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유동성 회수 움직임이 국제 금융시장을 흔들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졌다"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델타 변이 확산, 중국 증시 불안 등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유출 규모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유동성 회수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투자자금은 눈에 띄게 빠져나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해 8월 잭슨홀 연례 심포지엄에서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지지 발언을 하자 44억5000만달러의 투자자금이 순유출됐으며, 같은 해 10월 테이퍼링 시작 전망이 나오자 26억5000만달러가 순수히 빠져나갔다.
이런 흐름은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흥국 자금이 선진국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Fed가 올해 네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연 3회에서 4회로 수정했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보다 더욱 가속화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경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 압력도 상당폭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유동성 일부가 회수된 상황"이라며 "가치변동폭이 상대적으로 크진 않지만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어 "주요국 등 통화정책 긴축으로 바뀌면 금융시장 불안해지면서 환율이 일시적으로 폭등(오버슈팅)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나친 우려라는 해석도 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우리나라 국제금융시장이 10년 전보다 많이 커졌다"면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나라들이 자금을 다변화하기에 괜찮은 나라로 평가하면서 오히려 일부 자금이 들어오는 흐름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넘어선 후 1190원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날 환율은 4.2원 떨어진 1190.5원에 출발해 장 초반 1189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파월 의장이 양적긴축 시기를 하반기 어느 시점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장 경계심이 일부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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