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세종=권해영 기자]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소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여야가 청정에너지 인정 범위를 놓고 12월 임시국회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소관 상임위 통과조차 실패하면서 '2030년 수소차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 차질은 물론이고, 정부의 수소경제 드라이브 정책을 믿고 투자에 나선 기업들의 향후 사업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 개정안'은 1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까지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엔 여당에서 청정수소를 넓게 해석해선 안된다며 제동을 걸었는데 이번엔 야당에서 원전 활용 수소 생산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며 "향후 야당과 협의해 소위 일정을 다시 잡고 수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본회의 일정이 언제 다시 잡힐 지 몰라 법안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여야는 수소법 개정안 통과에 긍정적이었다.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야 위원들이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소위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수소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수소 생산에 원전을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하지 않으면 생산단가 하락이 어렵고, 수소경제 활성화 역시 요원할 것이란 지적이 발목을 잡았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청정수소를 값싸게 효율적으로 개발해 공급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데 그 방향으로 가려면 발전단가가 싼 원전을 이용해야 블루수소도 적어지고, 그레이수소 사용 기회도 적어진다"며 "그런데 기본계획부터 이 법안 내용까지 전체적인 톤을 보면 원전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데 대해선 원천적으로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수소법 개정이 불발되면서 수소경제로 세계 친환경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정부 구상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정부는 앞서 수소경제 로드맵을 통해 수소차와 연료전지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제도 역시 난관에 봉착할 전망이다. 국회 사무처는 관련법 검토보고서에서 "수소경제 활성화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중 수소로 대표되는 신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체계 개편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법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용호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미약한 것이 현실"이라며 "국회에서 수소법 개정이 더 미뤄지고 제도의 시행이 불투명해진다면 기업들의 수소경제 투자는 중단될 수 밖에 없고 수소경제 선도 전략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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