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은행권이 점포 운영 효율화 명목으로 1년에 점포를 수백개씩 폐쇄하는 사이 현실성 있는 대안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디지털금융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농어민·장애인 등의 은행 업무는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마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명확한 대안과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달 서울시 노원구 소재 월계동 지점을 폐점하고 인근 장위동 지점으로 통합하려던 계획을 최근 철회했다. 디지털기기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등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은행 폐쇄가 지역 주민의 반발로 제동이 걸린 첫 사례다. 지역 주민 뿐 아니라 은행 내부의 불만도 거세다. 은행 노조는 잇단 점포 폐쇄가 임직원수 감소 등으로 일자리 증발을 야기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금융의 디지털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점 수 축소는 효율적인 점포 운영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필수 생존전략이라고 항변한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안착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정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
문제는 점포 축소가 적절한 정책적 대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해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마련했다. 폐쇄 전 사전영향평가 등을 의무화 했지만 형식적 절차로 운영된 탓에 적절한 제동을 걸지 못했다.
은행권은 고육지책으로 올해부터 고령층 ATM 사용 수수료 면제하거나 화상 서비스 및 편의점 내 기기를 통한 은행 서비스 확대 등 소비자불편 해소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고령층은 약 860만명. 노인 10명 중 5명은 현금인출을 위해 은행 창구를 찾고 있다. 결국 점포 축소 및 ATM 감소는 현금 입출금 통로의 감소로 이어져 현금이용자와 고령층에게 불편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은행 점포 축소 정책들은 명확한 대안과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공동지점제나 공동ATM의 추진도 부진한 상황"이라면서 "금융당국과 업계가 금융소외현상 최소화라는 목적 하에 실효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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